KT&G 새 수장 선임 어떻게 되나…주총서 치열한 표 대결 예고

기업은행 제안 사외이사 후보에 행동주의펀드 지지 선언
통합집중투표 변수 돌출…국민연금 표심 주목
9년 만에 바뀌는 KT&G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주주들이 물밑에서 힘겨루기에 나섰다.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전선을 구축해 다른 주주들과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주총회 핵심 안건은 대표이사 사장과 사외이사 선임이다.

대표이사 사장 후보는 방경만 KT&G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이다. 사외이사로는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 등이 후보에 올랐다.

이번 주주총회에는 '통합집중투표'가 도입된 것이 이전 사장 선임 때와 다르다.

통합집중투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방식이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통합집중투표를 청구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표·사외이사 선임 향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KT&G 주총처럼 이사 2명을 선임하는 경우 주주는 보유 주식 수의 2배에 해당하는 투표권을 가지며 이를 여러 후보에게 분산하거나 모두 한 후보에게 행사할 수 있다.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2인이 이사로 선임된다. 방경만 후보와 임민규 후보는 KT&G 이사회가 추천했으나 다른 2명은 주주제안으로 후보에 올랐다.

임민규 후보는 삼성물산 석유화학사업부장 상무를 거쳐 OCI머티리얼즈와 SK머티리얼즈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판사 출신인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은행 주주제안에 의해 추천됐다.

이상현 FCP 대표도 FCP의 주주제안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기준 KT&G 지분 6.93%를 보유한 1대주주 기업은행은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고 방경만 사장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 방 사장 선임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FCP는 지난 5일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이상현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중요한 것은 주주를 위한 CCTV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표 분산을 막고 이번 기회에 주주의 식견을 갖는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반드시 뽑히도록 전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FCP가 연합전선을 형성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손동환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커졌고 기업은행과 FCP가 KT&G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KT&G 지분 6.2%를 보유한 국민연금 움직임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으로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에게 몰표를 던지면 방경만 후보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2022년 말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제동을 걸었으며 최근에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KT&G 사장 선임을 놓고는 지난달 22일 사장 후보가 확정된 이후 아직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KT&G 이사회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설명하면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과 임민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하고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사회는 "통합집중투표는 소수 주주권 보호 차원의 결정"이라면서도 "다만 이로 인해 대표이사 사장 선임이 집중투표에 따라 결정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경영 혼란을 방지하고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주주 여러분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건에 대한 찬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KT&G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선임 건에 찬성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개정도 안건에 오른다.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이사 추천·해임 건의권을 사장에서 이사회로 이관하도록 하는 조항이 정관에 마련된다.

사외이사 중심 독립성 강화를 위한 조항도 있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현직 사장을 제외하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전원을 사외외사로 변경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