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니오에 맥 못춘 애플·테슬라…하룻밤 새 311조 증발

美 테크주, 중국 악재에 일제 하락

연초 中 아이폰 판매량 24%↓ 화웨이 64%↑
화웨이, 수출통제 뚫고 '프리미엄 시장' 장악
테슬라는 수요 둔화에 니오까지 '엎친 데 덮쳐'
"내용 빠졌다" 경기부양책 실망감도 악재로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한 소비자가 5세대(5G) 통신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미국 테크기업 주가가 중국 토종 업체와의 경쟁 심화,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중국발(發) 악재로 5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이 전날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공개한 경기부양책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며 중국 진출기업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엔비디아 제외 M7 모두 약세, 하룻밤 새 311조원 증발

CNBC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첫 6주 간 중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64% 증가했고 비보(-15%), 오포(-29%) 샤오미(-7%)는 감소했다.
화웨이 판매량 증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뚫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미 당국자들에게 뼈아픈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5세대(5G) 통신 기능을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며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스마트폰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7나노(㎚·1㎚=1억분의 1m) 반도체가 탑재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화웨이는 2019년과 2020년 미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다.

멩멍 장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주로 하이엔드(고성능) 시장에서 부활한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고 중간에서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의 공격적인 가격으로 압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2.84% 하락했다.
전날 2월 중국 출하량 감소 소식에 7% 내린 테슬라 주가는 이날 3.9% 추가 하락했다. 중국 전기차 경쟁업체 니오의 신차 발표 소식과 독일 기가팩토리 가동 중단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니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저가 하위브랜드 '알프스'에서 오는 2분기 첫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오는 테슬라 모델Y보다 10% 낮은 제조단가로 이 차량을 월 1만대 이상 생산한다고 했다. 같은날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는 극좌단체 불칸그루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근 송전탑 공격으로 인해 가동을 중단했다.

반도체 설계사 AMD 주가도 이날 한때 중국 수출통제 악재로 인해 2.2% 떨어진 뒤 낙폭을 회복해 -0.11%로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AMD가 저성능 AI반도체를 중국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미 상무부로부터 라이센스를 얻어야 한다고 통지받았다고 보도했다. AMD는 이 제품의 성능을 중국 외 시장에 판매하는 상품보다 낮춰 설계했지만 상무부는 여전히 고성능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67% 하락했다. 엔비디아(0.86%)를 제외한아마존(-1.95%), 마이크로소프트(-2.96%), 알파벳(-0.31%), 메타(-1.60%) 등 매그니피센트(M7) 종목들이 모두 하락하며 2330억달러(약 311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경기 띄운다는 中, 재정적자는 그대로

중국이 전날 양회(兩會) 중 하나인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공개한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도 미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보장형 주택(서민 저가주택) 보급 확대 △노후화된 도시 개발 △국유·민영 부동산 기업에 동일한 수준의 유동성 공급 등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다만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에버코어ISI는 이같은 재정적자 목표치가 시장 기대치인 3.5%에 못미친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가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프랑스 나틱시스증권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계획이 빠진 목표"라며 "중국 당국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중국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