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집 할머니 묫자리서 '첩장'…"명당 기운 받으려고"

'대통령의 장의사' 유재철씨, '파묘' 유해진 역 모티브
"양반집이나 잘된 집 옆엔 간혹 첩장 있다고"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염장이 캐릭터의 실제 모델인 장의사가 '첩장'이 실제로 있다고 전했다. 첩장은 한 묫자리에 관이 중첩되어 묻히는 것을 말한다.

지난 5일 유튜브 스브스뉴스는 30년 동안 장례 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염장이 유재철 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유 씨는 최근 600만 관객을 들이며 흥행몰이 중인 영화 '파묘'의 고영근(유해진)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그는 최규하, 노태우,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의 장례 지도사로 알려져 있다.

유 씨는 '파묘'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에 대해 "4~5년 전 만나자고 하더라. 유해진 씨가 한다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이후 유 씨를 찾아와 장례를 치르는 과정, 묘를 파는 과정 등을 보고 배웠다고 했다.

유 씨는 '파묘'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화도 전했다. 그는 "유해진 씨가 파묘해서 관뚜껑 열어 시계, 목걸이 주머니 넣는 장면 찍을 때 내가 바로 옆에 있었다. '내가 저 양반이라며 나는 저렇게 안 한다'고 했더니 나중에 좋게 꾸밀 거라더라. 그냥 픽 웃었다"고 했다. 영화 속 첩장에 대해서 유 씨는 3년 전 10대 재벌 집 중 한 곳의 묘를 파묘하다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 사람들은 깊이 팠다. 3~4m 폭으로 깊게 팠더니 한쪽 흙이 쓰러지더라. 100년 된 재벌 집 할머니 산소 옆에 명당 기운을 받으려고 위에 옆으로 첩장이 되어 있더라. 양반집이나 잘된 집 옆엔 간혹 있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사진=스브스뉴스 캡쳐
30년 동안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파묘' 이야기처럼 관 채 화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유 씨는 "오래된 관은 끄집어내기도 힘들다. 뚜껑만 열고 유골만 모시고 옮겨 나와서 관은 안 가져온다. 그건 설정이었다. 밑에 있는 건 두고 온다"고 밝혔다.

파묘 후 동전을 던지는 것은 바로 사용료였다. 그는 "10원짜리 동전 3개를 던진다. 묘지를 잘 썼으니 사용료처럼 드리는 것"이라며 "장 감독이 날 따라다니면서 많이 봤다더라. 영화에선 10원짜리가 흙색과 비슷해서 100원짜리로 던지더라. 바뀌기도 하는 거지 뭐"라고 부연했다.축문(신령에게 청원하는 글)에 대해서 "촬영하기 전에 (유해진이) 녹음해달라고 그러더라. 많이 들었는지 찰지게 잘 읽더라. 오늘 날 잡아 다른 데 옮긴다고 하오니 놀라지 마시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 씨는 "30년이나 할지 몰랐다. 당시엔 친구에게도 이야기 못했다. 깨끗하게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유족들이 참 고마워하니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느꼈다"며 "운 좋게 유명한 스님, 재벌 집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공부했다.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