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봄의 전령사' 오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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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현대적 한국화의 대표 작가 오용길(78)은 미술계에서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먹으로 정교하게 윤곽을 그린 뒤 수채 물감으로 칠한 형형색색의 꽃 그림은 매년 화랑가에 봄기운을 전한다.
1946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난 작가는 1970년대 한국화의 현대적 발전 과정의 중심에 있었다. 맑고 화사한 화면으로 전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서양화의 합리적인 공간 구성을 접목하면서다. 작가는 본인의 작품 세계를 “서양의 재료와 향신료를 활용한 한정식”에 비유한다. 안정적인 구도와 섬세한 완급 조절을 두루 갖춘 ‘모범적인 산수화’의 배경에는 ‘범생이’처럼 살아온 작가의 인생관이 있다. 서울예고와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27세에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기 시작했다. 월전미술상, 의재 허백련 예술상 등 국내 주요 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들은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현실적인 풍물들을 소재로 삼는 그의 작품은 18~19세기 진경산수화의 계보를 잇는다. 1980년대에는 산업화로 내달리는 도회적 일상을 화폭에 담아냈다. 중국과 유럽, 미국 등 해외여행에서 마주한 풍경을 한국 화풍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오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봄의 기운’ 등 대표 연작을 중심으로 화선지 위에 흐드러진 벚꽃과 유채꽃, 해바라기 등을 표현했다. 전시는 23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