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학생 43명 실종 사건' 항의 시위대, 대통령궁 난입

전력청 화물차 탈취해 입구 파손…대통령 면담 요구
멕시코 현대사에서 최악의 인권침해·폭력 사건으로 꼽히는 '2014년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과 관련,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시설물 일부를 파손하고 대통령궁 내부로 난입했다.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손수건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원들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통령궁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대통령궁 출입문을 파손했다.

시위자 중 일부가 연방전력청(CFE) 흰색 화물차를 빼앗은 뒤 차량을 이용해 나무로 만든 입구로 돌진한 것이다.

당시 내부에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정례 아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통령궁 보안대는 건물 안으로 진입한 시위대를 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해산한 뒤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는 10년 전 발생한 아요치나파 교대 학생 43명 실종 사건에 대한 강력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4년 9월 26일에 발생했다. 멕시코 게레로주 아요치나파 교대 학생들은 지역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기 위한 멕시코시티 집회에 참석하려고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이괄라 지역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았다.

현장에서 일부가 사망하고 43명이 사라졌다.

애초 멕시코 검찰은 지역 마약 카르텔과 결탁한 경찰이 학생들을 납치했고, 카르텔이 학생들을 살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게 '역사적 진실'이라며 사건을 매듭지었으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재조사를 통해 당시 군부가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관련자들이 줄줄이 기소돼 법정에 섰지만, 증거 부족과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성 논란 속에 대부분 무죄로 풀려난 상태다.

임기 초 '정의 구현'을 약속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 면담을 거부하는 등 올해 퇴임을 앞두고 이 사건에 대한 우선순위를 다소 뒤로 미뤄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의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은 지난해 종료됐다.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연방 공무원은 물론 군대와 경찰 등 모든 수준의 정부 당국이 광범위하게 연루된 국가적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명확하게 누구에게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결정적 판단이 어렵다"며 여지를 남겼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난입 사건과 관련, "내무부 차관이 경위를 확인할 것"이라며 "중요한 건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런 도발로 촉발된 대립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