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 어쩌나…이재명 조국혁신당 흥행에 '딜레마'

민주, 창당 전엔 '손절' 시그널 보내더니
지지율 높으니 '연대'로 입장 바꿔

민주당, 다시 '조국의 강'으로 풍덩?
지지층 표 결집 vs 중도 표심 이탈…'고심'

조응천 "조국의 강 풍덩 빠져…엽기적"
조국 " 범민주 진보 진영 파이 커지는 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의 강'의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이 예상외의 지지율 선전을 보이면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범위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조국혁신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지지율이 최대 15%에 나오는 등 선전하자, 야권표 '나눠 먹기'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3~4일 실시해 전날 발표한 '비례대표 투표 의향' 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5%의 지지를 얻어 제3지대에서 '단독 선두'의 자리에 섰다. 개혁신당은 4%, 새로운미래는 2%를 얻었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36%)과 더불어민주당(39%)을 제외하면 조국혁신당이 4%로 가장 앞섰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지지율은 각각 2%와 1%였다.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조국혁신당의 선명성과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강성 야권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집 vs 역풍' 복잡한 셈법…'조국혁신당' 표는 어디서 왔나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당초 결심대로 조국혁신당과 연대하지 않을 경우, 조국혁신당에 비례 의석을 뺏기기만 하고 지역구 투표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공식 출범하기 직전까지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거리를 둬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며 '조국신당'은 선거 연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었다.

박홍근 당시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 단장'은 "절체절명의 역사적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선거연합추진단장으로서 설령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도 했다.

그러나 막상 조국혁신당이 출범하자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힘을 합쳐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큰 틀에서 조국혁신당과 연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조국 대표가 자신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대표도 "윤석열 정권과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우고 범진보 진영 승리를 위해 협력하고 연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넓은 길거리로 나가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중도 표와 합리적 보수표까지 끌어와 승리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전략공관위 비례대표후보자추천 분과위원장인 김성환 민주당 의원도 전날 SBS 라디오에 나와 "조국혁신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단일화하자는 취지는 민주당 중심으로 지역구 선거를 치르는 것을 엄호하겠다는 취지다. 저희로서는 조국혁신당의 분발이 저희 당, 특히 지역구 후보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검찰 독재의 강을 함께 넘자고 하는 취지에서 큰 틀에서 연합하고, 비례 과정에서는 경쟁하는 게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출범 전 '거리두기' 했던 민주당, 입장 바꿔 "큰 틀 연대"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는 반면, 조국혁신당은 제3지대에서 '돌풍'에 가까운 지지율 선전을 보이자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과 연대할 경우 특히 지역구 선거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표를 모두 흡수하면서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등에 실망한 '중도층'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비례 위성정당 추진을 맡았던 박홍근 단장은 조 전 장관과의 협력이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짚기도 했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그 절실함에 동의하는 정당과 시민사회가 하나로 뭉쳐야 하며, 중도층을 포함하여 보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며 조 전 장관과 연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과 연대를 하자니 중도층의 표심이 이탈할까 하는 우려를 해야 하는 반면, 연대를 안 하자니 강성 지지층의 표를 고스란히 조국혁신당에 빼앗길 수 있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한 조응천 의원은 이러한 '불편한 동거'에 대해 "아주 엽기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조국의 강으로 아예 풍덩 빠졌다"면서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지고 민주당 안에서 동료 의원들의 힐난과 강성지지층의 문자폭탄에도 불구하고 여기 앉아있는 금태섭 최고위원과 제가 그토록 싸워서 건너려고 했던 것이 바로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 '조국의 강'이었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재명 대표가 대선 당시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던 것을 거론하며 "대선 때 (이 대표가) 했던 그 얘기는 뭐냐. 그때 강 건넜다가 다시 조국의 강에 지금 다시 입수하고 다이빙하고 헤엄을 치는 거냐. 선거 유불리에 따라서?"라며 민주당의 입장 전환을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연대하더라도 정치적 이익이 별로 없다면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세는) 그래봐야 이건 민주당 몫"이라며 "두 당의 관계는 제로섬의 관계"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5호·6호 인재 영입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반면, 창당 시점부터 민주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조국 대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표를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범야권의 파이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종국적인 목표가 동일하다.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은 이준석 신당과 녹색정의당으로 가는 표를 가져오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조 대표는 "바람 없는 선거는 투표율이 낮은데 실제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조국혁신당"이라며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기권하려고 했던 민주당 지지층 또는 무당층 등이 투표에 참여하려고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역구는 다른 정당을 찍게 될 것인데 그 정당이 국민의힘일 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표율 상승 등을 생각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범민주 진보 진영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고 실제로 여론조사에도 확인되고 있다"며 "지역구에서 1대 1 구도로 만들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비례대표는 국민들께서 각 정당이 어떤 가치와 비전을 가졌는지 보시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