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상 최고치 찍은 금값…"현혹되지 말라" 경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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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이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발언 이후 금은 또 한 번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금 가격 랠리가 과도하다는 신중론 역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 기대로 금 가격 랠리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금 현물은 이날 장 초반 온스당 2152.0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역시 전일 대비 0.8% 상승한 2145.49달러에 마감했다. 4월물 금 선물은 0.8% 오른 2158.2달러를, 은은 1.9% 올라 24.15달러를 기록했다. 팔라듐은 10% 가까이 상승한 1035.83달러에 장을 마쳤다.
금 현물가격 추이(자료=불리언볼트)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값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서 금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오전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 앞서 제출한 서면 발언에서 “경제가 예상 경로로 움직인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완화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금 매수도 국제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1월 금 수입량은 12만2380㎏으로 전월(3만9625㎏) 대비 약 세 배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 및 주식시장 침체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큰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된 것도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뉴욕에 기반한 독립 귀금속 트레이더 타이 웡은 “강세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한 금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금요일의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소화하며 금 가격이 약간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은 투자 아닌 헤지수단”

하지만 금리 인하나 지정학적 위기로 금이 상승했다고 하기엔 그 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정학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은 금 가격에 우호적”이라면서도 “실질 금리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작년부터 베테랑 시장 전문가들은 금 가격 흐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투자의 네 기둥’의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금 예비 구매자는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다른 자산이 모두 하락하고 있을 때 금은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이지만 평상시에는 그 수익률이 미미하다”고 CNBC에 말했다. 그는 “위험 헤지를 위해서 금을 편입한다면 포트폴리오의 5%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권했다.

더글라스 본파스 본파이드웰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금으로 장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금은 연평균 1% 상승에 그치는 등 주식 및 채권에 비해 금 수익률이 크게 뒤처져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0년 전 S&P500지수에 1만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3만2700달러로 불어났겠지만, 같은 기간 금의 가치는 현재 1만4700달러에 불과하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