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하고 싶지만 보복 두렵다"…전공의 글 '파문'

정부가 제안한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2월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처음부터 정부 정책에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파업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정지보다 제가 속한 이 집단이 더 무섭습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 7000명에게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무더기 면허정지 사태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공의가 "복귀하고 싶지만 보복이 두렵다"는 취지의 글을 써 화제다.

지난 6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 A 씨는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선후배, 동기들과 3~4년을 지내야 하는데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고 적었다.
출처 =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A 씨는 "2020년도에는 '선실기'라는 이름으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기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았다"면서 "혼자 복귀하면 그렇게 될까 너무 무섭다"고 했다.

이어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참의사 명단이라며, 어느 병원에 몇 년 차 누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이 있고 김O준 이런 식으로 실명까지 적혀있다. 제보하면 바로바로 추가하겠다고 말하고 있더라"라며 "파업에 반대하는 듯한 글만 올라와도, 온갖 쌍욕에 패드립, 밤거리에서 뒤통수를 후리겠다는, 칼을 배XX에 수셔버린다는 댓글들이 수백개 달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 작성자가 의사 인증을 거치지 않은 글이라 진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 의사는 "솔직히 참의사라서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건 본인도 알지 않나. 이득과 손실 따져서 그럴 텐데 그냥 본인 뜻대로 하라"고 조언했다.반면 다른 의료계 종사자는 "우리병원 전공의도 환자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서도 복귀하면 의사 커뮤니티에 이름 박제된다고 복귀 못하더라"라고 전했다.

A 씨는 '의사임을 인증하라'는 댓글이 쇄도하자 이어진 글을 통해 "파업에 반대하면 온갖 욕설이 올라온다"며 커뮤니티를 캡처해 공유했다.
출처 =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최근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이 글에는 전국의 70여개 수련병원별로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A 씨의 글이 확산되자 해당 글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보낸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4일 전공의 수 기준 상위 50개 병원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시행했으며, 나머지 50개 병원에 대해서 서면 보고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가 5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7034명이 복귀하지 않았고 이들에 대해 전날부터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사전 통지서를 받은 해당 전공의는 2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해야 하고, 이후 복지부는 면허정지 등의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