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과대포장 규제 2년간 단속 유예…중소업체는 규제 미적용(종합)

소비자 요청 선물 포장도 규제 '예외'…보냉재는 제품으로 간주
예외 많아 꼼수 우려…환경부 스스로 만든 규제 완화
업계는 "현실 반영 조치 안도…포장재 개발·직원교육할 것"
환경부가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2년간 단속하지 않기로 했다. 중소업체 등 규제 미적용 대상도 크게 늘린다.

일률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했다지만, 계도기간과 여러 '예외'를 두면서 환경 관련 규제를 연이어 완화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7일 환경부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예정대로 다음 달 30일 시행하되 2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단속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은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이고 포장 횟수는 1차례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2022년 4월 30일 도입돼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달 30일 시행될 예정이다.

포장공간비율은 상자 등 용기 내부에서 제품이 차지하지 않고 있는 빈 곳의 비율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제품 크기에 꼭 맞는 용기를 쓴 것이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어기면 1년 내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현재 규정(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상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예외는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50㎝ 이하인 포장'이다.

다만 이처럼 작은 택배도 포장은 1차례만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환경부는 통신판매업체 중 연 매출이 500억원에 못 미치는 업체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중소업체 228개사를 조사한 결과 연매출액 500억원 미만 중소업체의 택배 물량이 전체의 9.8%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는 제품 특성이나 포장 방식에 따른 예외도 다수 규정하기로 했다.

이날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예외는 ▲ 식품 등을 배송할 때 사용되는 보냉재는 포장공간비율 산출 시 '제품의 일부'로 간주 ▲ 식품과 보냉재를 밀착시키기 위한 비닐 포장은 포장 횟수에 미산입 ▲ 포장재를 회수한 뒤 재사용한 경우와 소비자가 요청한 선물 포장은 규제 미적용 등이다.

환경부는 앞서 업계 대상 설명회에선 더 많은 예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검토 중인 포장공간비율 산정 시 예외로 여러 제품을 함께 배송하기 위한 합포장, 길이가 길거나 모양이 납작한 이형제품, 주름종이 등 종이완충재, 도난과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포장 등을 제시했다.

포장 횟수 예외로는 합포장 시 제품 각각에 대한 1차 포장과 물기나 습기 때문에 상자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품 비닐 포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예외가 많다 보니 '꼼수'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단속 유예와 예외 확대는 단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과 당장 이행하긴 어렵다는 업계의 요청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입 시점에서도 이행의 어려움을 쉽게 예견할 수 있음에도 규제를 도입하고는 시행이 임박했을 때 '계도기간'과 '예외' 등으로 규정을 반쪽으로 만들어 환경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이전 정부 때 도입된 일회용품 규제가 연이어 완화된 터라 그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규제 예외 사항은 내달 가이드라인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 환경부는 8일 대형 유통·물류업체 19곳과 포장 폐기물 감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환경부의 이날 발표를 접한 쿠팡·컬리·SSG닷컴 등 이커머스업체와 백화점·홈쇼핑 등 기업들은 2년의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여러 예외 조항을 둔 데 대해 "업계 의견과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고 안도했다.

하지만 상품 포장이 워낙 다양하기에 앞으로 세부 규칙을 정교히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어진 시간 동안 포장재와 패키징을 훨씬 다양하게 개발해 준비하고, 정해진 규정에 맞게 포장하도록 직원 교육을 할 것"이라며 "포장재 구비 등으로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협약에 참여한 업체들은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고 다회용 택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이 담긴 '자원순환 개선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이행 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쿠팡의 경우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식품은 70% 이상 '프레시백'에 담아 배송 후 수거해 재사용하고, 공산품은 얇은 비닐백에 넣은 뒤 같은 지역에 배송되는 제품끼리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차량에 실어서 옮기는 '싱귤레이션' 프로세스를 이용한다.

쿠팡이 상품을 비닐 포장에 담아서 배송할 때도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 규제가 적용돼 앞으로 상품 크기에 최적화된 비닐백 사용 등 개선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주소지 기반 합포장, 포장 공간 비율을 준수한 배송박스 사용 등을 통해 과포장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포장 폐기물 최소화를 통해 순환경제에 앞장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22년 41억2천만건, 지난해 49억건까지 각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기준 CJ대한통운이 16억5천건으로 1위, 쿠팡이 13억건으로 2위에 올랐다.

CJ대한통운은 이미 패키징 효율성 강화를 위해 최적 크기의 박스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인 '로이스 오팩'을 비롯해 다양한 혁신기술을 도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규제 시행에 맞춰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