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첫 주, 아직은"…교사들 업무부담 토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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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시행 첫 주,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장학사한테 늘봄학교 관련해 물어보면 답변은 '잘 모른다'였어요. 저희도 올해 초 뉴스를 접하고서야 당장 다음 학기부터 시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1학년 담임' 교원 업무 부담 크게 느껴
"우리도 뉴스 보고 알았다"…준비 부족 지적
"과밀 학급은 늘봄 무리" 목소리도
3월부터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의 43%에 해당하는 참여율이다. 지난해 2학기까지 시범운영에 참여했던 학교 수는 459곳으로, 반년 새 참여 학교 수가 5.97배 급증했다. 당초 2025년까지 안착시키기로 추진했던 정책을 2024년 2학기부터 전면화하는 것으로 앞당겼기 때문이다.이에 학교 현장에선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와다. 관리자, 교원, 학부모 간 불협화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늘봄학교가 시행된 3월 첫 주, 경기지역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30대 김모 씨는 "실무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며 "가장 어려운 건 일정 조율과 업무·책임 분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야간까지 아이들이 학교에 있으니 학교 보안관과 소통해야 하고, 방과 후 일어나는 안전사고 문제도 담당자가 떠안아야 한다"며 "일단은 담임 선생님들과 방과 후 프로그램 부장이 업무를 쪼개서 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그러면서 "현재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음에도 인력이 부족해 과학, 영어 교과 전담 선생님한테 늘봄 프로그램을 맡으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상황"이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현재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1학년 학생에 한해 3주간 시범운영 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은 점심 식사 후 남아 놀이미술, 과학실험 등의 수업을 받다가 오후 2시 40분에 하교한다.
경기지역 초등교사인 20대 강모 씨는 올해로 2년째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그의 반에서 늘봄학교를 신청한 학생은 전체 30명 중 6명으로 20%에 달한다. 1학년 전체 참여율은 현재 37%라고 전했다.강 씨는 "당장 업무가 늘었다. 단적인 예로 1학년 담임은 아이들 하교 후 학부모님들과 하루 평균 10~20통의 이상의 연락을 나누는데 올해부턴 늘봄 관련 연락으로 최소 5통씩은 전화 응대를 추가로 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늘봄 프로그램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면서 "이번 초1 맞춤형 프로그램만 해도 강사 채용이 잘 안돼 1학년 담임들에게 '시간당 4만원을 줄 테니 강사를 하라'고 전해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역 초등교사인 20대 정모 씨의 학교는 1학기 늘봄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학년마다 반에 30~40명씩 10개 반이 있는 과밀학교라 준비 없는 도입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2학기부터 이 학교도 참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정 씨는 "과밀 학교는 늘봄 사업을 더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늘봄학교의 궁극적 목표는 자녀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맞벌이 학부모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경기 용인에서 맞벌이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30대 이모 씨는 늘봄학교에 대해 "부모 입장에선 편하다"면서도 "부모의 근무 시간 유연화, 휴직 정책을 더 강화해 가정 보육 시간을 늘리는 게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교육부는 2024년 1학기에 늘봄학교 행정업무 전담 인력으로 기간제 교원 2250명을 2741개 늘봄학교에 신규 배치해 채용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원이 아닌 시도교육청 자체 행정인력도 투입한다고 밝혔으나, 기간제 교원이 각 학교에 고루 배치되었다고 가정해도 1개교당 0.82명의 인력이 추가되는 수준이다. 현장에서 업무 가중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제2차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에서 학부모들을 향해 "정부를 믿고 아이를 맡겨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선 현장 교사들에겐 "우리 선생님들께서 늘봄학교 준비에 애써주고 계신다"며 "교육 프로그램 발굴에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많이 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늘봄학교를 조속히 안착시키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들의 돌봄 걱정을 덜어드리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