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 처방전'

경영·소유권 '양자택일'은 모순
상속세 낮추고 경영권 보호해야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증권학회장
한국의 기업 가치가 국제적으로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최근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기업들에 자발적으로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타개를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기에 앞서 주주 환원 등 특정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와 같은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도 예고했다. 기업들에는 당근보다 채찍이 먼저 느껴질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난 40년 동안 한국 자본시장의 골칫거리였다. 한국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동종 산업의 유사 해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그 존재가 명확하다.기업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 자본 비용, 성장성 등의 요소가 결정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투명성과 신뢰성 증대를 통해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자본 비용을 줄여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해 왔다. 기업 지배구조 기준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 도입부터 강력한 내부통제 장치 마련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이런 개혁은 한국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여 투자자가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고 자본 비용도 줄였다. 결과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증가시키지 않고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거버넌스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 밸류에이션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미래 현금흐름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한국 자본시장 구조에 내재한 역설이 존재한다.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불이익이 지배권 포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자본시장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리더에게 경영권과 소유권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모순을 야기한다. 기업인에게 항상 경영권 유지 쪽으로 왜곡된 선택을 강요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이 바로 그 증거다.기업가정신을 진정으로 활성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 가치를 크게 높인 기업가에 대한 상속세 정책의 개혁이 유망한 방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가치를 3배 끌어올린 기업주에게 상속세를 대폭 감면하거나 심지어 면제하는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정책은 기업가가 자신의 유산과 경영권을 보존하고 물려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세수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기업 가치가 3배 오른다면 상속세가 20%만 돼도 현재의 가치에 60%의 상속세를 부과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낮출 수 없다면 경영권 보호라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인에게 기업은 사랑하는 연인과도 같다. 돈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을 포기할 수 없듯이 대부분 기업인은 돈 때문에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다. 기업 가치를 높였으면 경영권 보호라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을 성장시켰는데 지분이 희석됐으니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없어야 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보호를 위한 조세 정책을 개혁하는 이 이중 접근법은 기업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가가 자기 기업의 통제권 상실이나 징벌적 과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없이 큰 꿈을 꾸도록 장려하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