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파고든 초미니 슈퍼 '편의마켓'

GS더프레시 '나홀로 성장'

슈퍼 크기 100평 이하로 확 줄여
초기 투자비 낮추고 가맹점 늘려
GS25 편의점 운영 노하우 적용

일본은 편의점이 슈퍼마켓 역할
근접출점 이슈는 풀어야할 과제
GS리테일이 편의점 운영 방식을 도입한 슈퍼마켓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편의점보다 조금 큰 수준인 200~300㎡ 규모의 ‘하이브리드 슈퍼’로 가맹점주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이 전략 덕분에 경쟁 슈퍼 대부분이 매장 축소에 나선 것과 달리 매장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추락하던 슈퍼를 살려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100곳 이상 늘릴 듯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의 슈퍼 브랜드 ‘GS더프레시’ 매장은 작년 말 기준 434곳으로, 2020년(320곳) 대비 114곳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경쟁 슈퍼 대부분이 매장 축소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나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대신 가맹점 위주로 바꾼 게 성장 비결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는 과거 직영점 위주였다. 매장 크기가 1320~2640㎡는 돼야 슈퍼로 분류되는데, 이 정도 크기면 초기 투자비가 30억~4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을 감당할 만한 점주를 대거 모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GS리테일도 2019년까지는 직영점 위주였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전략을 수정했다. 적자가 나는 직영점을 대거 정리하고, 점주를 모집해 편의점처럼 물건만 공급하는 형태로 ‘업(業)’을 재정의한 것이다.GS리테일은 GS25로 편의점 사업에서 쌓은 성공 경험을 슈퍼에 이식하기로 했다.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크기를 줄여야 했다. 초기 투자비를 5억원 수준까지 낮춰야 점주 모집에 어려움이 없다고 봤다. 그렇게 나온 게 200~300㎡의 편의점과 슈퍼 중간 크기 편의마켓이다. 이 정도면 슈퍼 상품을 어느 정도 소화하면서 투자비를 확 낮출 수 있었다.

쪼그라든 크기에 맞게 상품 구성은 다르게 했다. 정육, 수산 등 현장에서 손질하는 공간을 없애고 전담 직원도 두지 않았다. 대신 본사에서 전부 손질한 정육 목록 , 수산물을 점주에게 납품해 진열만 하게 했다. 또 가정간편식(HMR) 위주로 식품 매대를 채웠다.

이 판단은 들어맞았다. 가맹점이 2022년 51곳 늘어났고, 작년엔 이 수치가 86곳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가맹점(316곳) 수는 직영점(118곳)의 두 배 이상이다. 올 들어선 가맹점 증가폭이 더 커져 2월까지 22곳 늘었다. 이 추세라면 연간 100곳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日에서도 ‘편의마켓’ 늘어

마냥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매장당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크기가 줄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점주 입장에선 민감한 부분이다. GS더프레시의 매장당 평균 매출은 2020년 약 39억원에서 작년 33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근접 출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직영점 위주일 땐 편의점과 슈퍼 간 주력 상품과 고객층이 달라 다툼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크기와 상품이 비슷해지면서 GS25 인근에 GS더프레시가 생기면 점주 간 상권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이마트도 편의점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 간 근접 출점 문제로 노브랜드 전문점의 공격적 확장을 포기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도 최근 편의점이 슈퍼를 닮아가고 있다. 점포 크기를 키우고, 신선식품을 늘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대표적 사례다. 이 편의점은 지난달 말 지바현 마쓰도시에 ‘슈퍼형 편의점’을 열었다. 세븐일레븐과 슈퍼 브랜드 이토요카당이 협업했다. 이 점포는 크기가 290㎡에 달한다. 일반적인 일본 편의점의 두 배다. 판매하는 상품도 정육, 생선 위주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