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건설사 "男도 무조건 육아휴직"…둘째 출산 두 배 늘었다

'출산율 1.0' 지금이 골든타임
(6) 기업에서 시작된 '출산율 기적'

만성 인력난 겪던 '남초' 건설사
단축근무 등 女친화제도 만들자
사내 출산율 2.5명으로 '껑충'
다이세이건설의 여성 현장감독관들이 홋카이도 시가지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과 공사 계획을 상의하고 있다. /다이세이건설 제공
일본 종합 건설회사 ‘빅5’인 다이세이건설은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남자 직원이 거의 없었다. 2016년 7월 남자 직원은 모두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그해 6개월 동안 244명의 남자직원이 육아휴직을 썼다. 이듬해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이세이건설의 남자 직원들은 육아휴직을 100% 사용했다. 2016년 5.8일이던 평균 사용일수가 지난해 24.5일로 늘었다.

○男 육휴 의무화하니 출산율 ‘쑥’

시오이리 데쓰야 다이세이건설 인사부장은 7일 ‘출산율 기적’의 비결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소개했다. 시오이리 부장은 “여성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일하는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남성 육아휴직은 ‘일 못하는 사람이 쓴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쓰도록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다이세이건설에서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건설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이다. 건설회사는 벌이가 나쁘지 않지만 휴일이 적고, 예상치 않게 해외로 파견을 나가야 할 때가 많았다. 대학 졸업생들의 건설사 외면이 심해지자 다이세이건설은 ‘여성 직원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6년 ‘여성활약추진실’을 설치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외에 단축근무와 근무시간 유연제,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여직원을 다시 받아들이는 ‘잡 리턴 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출산율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전체 여직원 중 둘째를 가진 비율(2.08%)과 셋째를 가진 비율(0.23%)이 2013~2021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세 살과 한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본사 관리본부 소속 여직원은 “첫째 출산 이후 8개월간의 육아휴직, 하루 7시간의 단축근무 같은 다양한 지원제도를 활용한 결과 출산 전과 같은 수준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둘째를 갖는 게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목표한 여성 직원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중추를 담당하는 관리직(과장급 이상) 여성은 350명에 달했다. 2005년보다 10배 늘었다.

○전 직원 대상으로 추진해야 효과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도 근무 방식을 바꿨더니 출산율의 기적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토추상사는 2013년 0.6명에 그친 출산율이 2021년 1.97명까지 올라간 비결을 아침형 근무 제도에서 찾는다. 아침형 근무제는 수당을 야근과 똑같이 주면서 야근 대신 조근(새벽근무)을 유도하는 제도다.야근을 없애는 대신 새벽근무에 할증수당을 제공했더니 직원들은 꼭 해야 하는 잔업만 하게 됐다. 고바야시 후미히코 이토추상사 최고행정책임자(CAO·부사장)는 “상사 눈치를 보느라 밤에 남아 있지 말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 일하도록 유도하자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토추도 처음엔 여성만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형 근무제도다. 변화는 특정 성별, 특정 직급으로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회사 전체가 움직일 때 일어났다. 입사 10년 차인 이와사키 겐타 경영기획부 사원은 “처음엔 ‘설마’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13년 동안 제도를 시행한 덕분에 이제는 문화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