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핀란드의 정체성, 음악 파워로 국가 위상 높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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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시는 문화전쟁 중]⑤클래식이 부린 마법:마에스트로의 도시 헬싱키핀란드 헬싱키의 중심부 툴론라흐티 지역. 도서관과 대학 등 문화시설이 밀집된 이곳에는 모던한 외관의 공연장 헬싱키 뮤직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안쪽은 '시벨리우스 타워'로 불리는 9층짜리 건물과 연결된다. 유럽 최대 규모의 음대 중 하나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다.
에밀리 가드버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학장 인터뷰
1882년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헬싱키 예술대에 소속돼 있으며 지휘를 비롯해 재즈·포크음악·작곡·음악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 교육으로 전문 음악가들을 길러내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학과는 합격률이 2%에 불과하다고. 음악학도들 사이에서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배우면 어딜가도 인정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의 매커니즘은 학교, 지자체, 오케스트라 등 모두가 협력해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학장 에밀리 가드버그(사진)는 빼어난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드버그는 "핀란드에는 오케스트라, 정부 등 예술 관련 강력한 '커뮤니티'가 있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뻬어난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지휘과 학생은 현재 총 23명, 이중 가장 치열한 오케스트라 지휘는 9명의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현역 지휘자를 배출했으며 학생들의 90% 가량이 프로 지휘자로 활동한다고.
"우리는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지휘자를 배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와 약간 경쟁을 하고 있지만요(웃음). 우리 아카데미 출신 지휘자들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는 핀란드 국민들에게 상당한 자랑거리입니다.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의 지휘 수업은 지역 오케스트라와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휘 경험을 선사하고, 5명의 객원 지휘 교수를 통해 다각적인 접근을 돕는 게 강점이다. 출중한 프로 악단과 다양한 교수진 인프라를 기반으로 양질의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
가드버그는 이러한 학교의 시스템이 핀란드의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떻게 지원받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해외를 비롯한 외부에서 상당히 알고 싶어하죠. 우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전문가를 위한 음악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다양한 교육 방식을 연구하고, 사회 및 지역 커뮤니티와 예술이 균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립된 예술가 집단이 아닌, 사회 일부로서 예술의 역할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헬싱키 예술대가 주관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 '아트이퀄'(2015~2021)이 대표적이다. 6개 연구 그룹과 100명 이상의 연구원 및 학생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 아트이퀄은 특정 집단이 예술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들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더욱 취약해질 수 있음을 연구한다.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예술 교육의 접근성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역설한다.
"요즘에는 예술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인기에요. 전반적인 웰빙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있죠. 저희는 음악이나 예술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이를 활용해 관객에게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
가드버그는 무엇보다도 "핀란드와 예술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세기 초 러시아로부터 독립된 핀란드는 음악과 미술 등 '문화의 힘'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장 시벨리우스 뿐 아니라 카이야 사리아호, 마그누스 린드버그 등 핀란드 유명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그 안에 드러난 고유의 정서를 공유하며 정체성을 키운 것. 핀란드의 자연과 민속 음악을 토대로 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핀란디아'는 현 기성세대들에게 '제2의 국가'로 불릴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핀란드 국민들에게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찾는 데 음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음악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한 셈이지요. 오늘날 핀란드 음악가들과 음악 교육이 위상을 갖게된건, 핀란드가 음악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