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승진…신세계 "유통 격변기, 강한 리더십으로 타개" [종합]

1995년 신세계그룹 입사 후 28년 만
"격변하는 시장 강한 리더십 필요"
이명희 회장 그룹 총괄회장…총수 유지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모친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으로 정 회장을 지원하되 그룹 총수(동일인) 지위는 유지한다. 유통시장의 흐름이 e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바뀌면서 전통 유통 강자 지위가 흔들리자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정면 돌파하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그룹은 정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2006년 11월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이자 1995년 27세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한 지 28년 만이다.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이는 신세계그룹이 현재 환경에 대해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한 결과다. 유통시장의 흐름이 e커머스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업계 1위가 바뀌고 새로운 도전자도 등장했다.

신세계그룹의 중심축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29조4722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자회사 신세계건설 부진 여파로 연간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3% 감소한 1880억원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쿠팡은 2010년 창사 후 첫 연간 흑자를 냈고, 매출도 30조원 고지를 넘어서 이마트를 추월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합산 매출 규모는 넘지 못한 상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일 인천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식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최혁 기자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으로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역할을 계속 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삼성가(家)의 3세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며 일선에서 물러나 일찌감치 후계자의 길을 걸었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켜 남매 경영 구도를 본격화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맡았고,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부문을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은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 구조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중 정 회장은 이마트 지분을 18.56%, 정 총괄사장은 18.56%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보유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