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찾고 명품지갑은 '슬쩍'…기막힌 'K양심'에 화들짝 [이슈+]

엇갈린 'K-양심'

지하철 승객 분실물 1위 '지갑'
15분만에 현금 500만원 되찾아
유실물 빼돌린 기관사·파출소장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구나 한 번쯤은 지하철에 물건을 두고 내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역 직원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았다거나, 시민들 덕에 무사히 돌려받은 훈훈한 사례도 있지만, 사건·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에 물건 두고 내린 사례가 최근 늘었다며, 가장 안전한 행동 요령을 다시 언급하고 나섰다.

늘어난 서울 지하철 유실물…500만원·아내 유품도 돌아와

8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한 해 접수된 유실물이 14만6944건으로 전년보다 15.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루에 약 402건가량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셈이다. 이 기간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접수된 유실물은 지갑(3만5197건)으로 전체의 23.9%를 차지했다.지난 15일에는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열차 안에 현금 500만원이 든 가방을 두고 내린 승객이 직원의 도움으로 15분 만에 무사히 돈을 되찾은 사례도 알려졌다. 당시 붐비는 출근 시간대였지만 직원들이 곧바로 열차번호와 위치를 추적해 유실물을 수배했고, 승객은 무사히 마장역 직원으로부터 현금 가방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품이 담긴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지하철 역사에 돌려달라는 글을 붙인 70대 남성이 13일 만에 무사히 가방을 되찾았다. 당초 이 남성은 계양역 길가에 잠시 가방을 놔뒀다가 분실했다고 생각했으나,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그가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하차하면서 전동차 안에 가방을 두고 내린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그는 역 내 유실물 센터에서 가방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금 밑장빼기 파출소장·명품 지갑 훔친 기관사도…

같은 기간 접수된 유실물 중 8만8047건(60%)은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나머지 3만7920건(25.8%)은 경찰에 이관됐고 나머지 2만977건(14.2%)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보관 중이다. 이 가운데 승객이 유실물을 찾는 데 도움을 받야아 할 관계자들로부터 당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한 시민이 지하철 경의·중앙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승강장에서 지갑을 습득해 파출소에 가져주며 분실물을 접수했지만, 이 지갑에서 200만원을 편취한 서울마포경찰서 소속 파출소장이 감찰받았다.

같은 해 5월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달빛축제공원역 열차 안에 놓고 내린 40만원 상당의 명품 지갑을 몰래 챙긴 인천교통공사 소속 30대 기관사가 횡령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기관사는 회차 중인 전동차 안을 살피던 중 지갑을 발견했으며, 이후 분실물을 찾으러 온 승객에게 "지갑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갑 속 신용카드 3장만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 기관사는 직위 해제 조치를 받았다.

지하철에 물건 두고 왔을 때 대처법은

공사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두고 온 것을 인지했다면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고객안전실에 유실물을 신고하기 전에 열차 하차 시각과 방향, 승·하차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유실물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물건의 종류와 승강장 위치를 고객안전실에 신고하면 영업 종료 후 수거해 다음 날부터 인계받을 수 있다.아울러 공사는 각 역에서 유실물이 접수되면 우선 경찰청 유실물 포털 사이트인 'lost 112'에 등록하고 이후 호선별로 운영 중인 유실물센터로 보낸다. 승객이 바로 찾아가지 않을 경우 1주일간 보관 후 경찰서로 이관한다. 유실물센터는 지하철 내 물품 보관함에 유실물을 맡기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물건 주인에게 물품 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인계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열차 내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우선 물건을 두고 온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차 시간과 방향, 승하차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직원에게 신고하면 유실물을 신속히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