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베 신조 "트럼프는 골프 얘기랑 뒷담화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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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아베 신조 회고록“트럼프는 아무렇게나 1시간 동안 얘기합니다. 길면 1시간 반도 되고요. 중간에 이쪽이 지칠 정도예요.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하면 본론은 전반 15분 만에 끝나고 나머지 70~80%는 골프 이야기나 다른 나라 정상의 비판 등이죠.”
아베 신조 지음 / 유성운 옮김
마르코폴로 / 456쪽|2만5000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인터뷰를 담은 <아베 신조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베 전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일 얘기밖에 안 했다”며 “솔직히 친구 같은 관계를 맺기엔 어려운 타입”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차가워 보이지만 의외로 소탈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고 했다.이 책은 요미우리신문 기자인 2명의 저자가 2020년 10월부터 1년 동안 18회에 걸쳐 총 36시간 아베 전 총리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그가 총리에서 막 물러났을 때다. 원래 2022년 봄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이었지만 아베 전 총리의 요청으로 미뤄졌다. ‘아베파’의 회장으로 정계 복귀를 하려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해 7월 그가 피살된 뒤 유족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됐다.
질문과 답으로 이뤄진 이 회고록에서 아베 전 총리는 제법 솔직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말을 풀어낸다. 그는 두 번째 총리 재임 때인 2013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해 “총리 재임 중 두 번 참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국제 정치 현실을 감안해 가장 파장이 없을 시기에 가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이 다카야 총리 비서관이 “참배하겠다면 비서관을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총리관저 안에서도 난리였다.
한국 정부에 대해선 불신을 드러냈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몇 번 약속하던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어 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반일을 정권 부양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은 확신범”이라고 비판했다.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하자 한국 정부는 한·일 간 비밀정보 교환을 위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 아베 전 총리는 “놀랐다”고 말했다.
인터뷰로만 이뤄진 까닭에 맥락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한 책이다. 아베 전 총리의 ‘자기 정당화’가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에 읽을 때 주의할 필요도 있다. 저자들은 “이 회고록은 역사 법정에 제출하는 아베 신조의 진술서”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