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연봉 두 배, 이제라도 가자"…한의대생도 '들썩'

낮아진 한의대 위상에…
수능 재도전하려 '반수' 속출

"서울 한의대보다 지방 의대"
"고작 몇 년 차로 의대 못가 손해"
소득격차도 커지며 이탈 움직임

타과 학생들, 의대생과 갈등
"집단행동 대학명 걸고 하지마라"
휴학으로 공동과제 망칠라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대 반수를 안 할 이유가 없죠. 고작 몇 년 차이로 같은 성적인데도 의대가 아니라 한의대에 왔으니 손해를 본 셈이죠.” (경희대 한의학과 한 재학생)

의대 정원 확대로 대학 입시 합격선 하락이 예상되자 반수를 고민하는 한의대생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의사와 의사 간 연봉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지는 등 한의대의 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점도 한의대생의 ‘N수 도전’ 유인으로 꼽힌다.

○경희대 한의대 4위→48위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한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정시로 입학한 이과생은 수능을 한 번 더 쳐 의대에 가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한의대생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같은 학교 기준 한의대의 점수 순위가 더 높았지만 ‘한의사 연봉이 의사 연봉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의학계열 내에서도 의과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의대 반수를 위해 한의대를 자퇴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한의대 12곳, 정원 725명 중 2022학년도에 중도 탈락한 학생은 80명으로 11.0%에 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탈자 가운데 상당수가 의대에 도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의대의 위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경희대 한의대는 2005학년도까지만 해도 이공계열 가운데 서울대 의예과, 연세대 의예과, 연세대 치의예과 다음으로 4위를 기록할 만큼 최고 인기 학과였다. 그러나 2010년 20위권 밖으로 고꾸라지더니 2015년 41위, 2020년 48위, 2024년 48위로 주저앉았다. 반면 경희대 의대는 과거 20위권 밖에 있다가 2015년 8위로 올라선 뒤 다른 의대들과 함께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 간 임금 차이가 벌어지면서 한의사 직업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사와 한의사의 연평균 임금 차이는 2010년 5129만원, 2015년 7904만원으로 커지다가 2020년 1억221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벌어졌다. 한 한의대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한의원과 한방병원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보약 매출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동맹휴학’에 곱지 않은 시선

한편 개강 1주일이 지났지만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 형태의 동맹휴학을 이어가자 같은 학교 다른 과 학생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사와 정부 간 갈등이 대학본부와 의대 간 갈등을 넘어 의대생과 타과 학생 간 갈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경희대 2학년 학생은 “우리 학교 학생들만 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대생을 비판하는 글이 매일같이 쏟아진다”며 “수업을 거부하다 학기 중간에 복귀한 의대생들과 함께 교양과목 과제를 할 경우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울까 걱정된다”고 했다. 인하대 한 재학생은 “의대생들의 성명문 발표로 마치 학교 전체가 의료계 파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어 수업 거부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원광대 경상대 가톨릭대 의대 학장은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아주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가 계속되면) 더 많은 교수가 사직의 길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