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파월, 이 말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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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계절탓…'CPI 쇼크' 재현되나 / 美증시 주간전망정치의 계절입니다. 미국 대선까지는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상 첫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 판세는 예측불허입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설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몰아세웠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사이코"라고 받아쳤습니다.
진짜 슈퍼 화요일은 12일?…CPI, 조지아주 경선 몰려
인신공격에 가까운 독설 중에 두 사람이 잊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 대한 압박입니다. 구체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라 말라는 상반된 신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전까지 당장 내리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절대 선거 전까지 내리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해고"라고 위협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어떤 장단에 맞추게 될까요. 아직까지 "금리 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지만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시점과 결과에 따라 파월 의장은 의도치 않게 누구 편을 들게 됩니다.
금리 인하의 정치학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선거와 피벗의 역학관계
그동안 미국 대선 전후로 기준금리는 출렁였습니다.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4.75%(최고금리 기준)에서 6.5%까지 빠르게 인상했습니다. 닷컴버블로 증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던 때입니다. 그러다 대선까지 금리를 동결하다가 대선이 끝난 뒤 2001년부터 금리를 내렸습니다. 기준금리는 2002년까지 1.75%까지 인하됐습니다. 닷컴 버블 붕괴로 급격히 식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2008년 대선 전엔 리먼 브러더스라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그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2%였던 기준금리는 석 달만에 제로금리로 바뀌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금리 변화에 정치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20년을 장수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임명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연임한 벤 버냉키 전 의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의 재임 시절은 정치 배경과 관계없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릴 만큼 양적완화가 대세였던 때였습니다. 통화정책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금리를 올리던 파월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퍼팅도 할 줄 모르는 골프선수"라고 쏴붙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파월을 비슷한 수준의 적으로도 내몰았습니다. Fed 인사들을 "바보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파월 전 의장도 버티다가 2019년부터 금리를 내리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듬해 제로금리 시대를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도 통화정책이 정치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포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아마도 민주당을 돕기 위해 무언가 하고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우회적인 압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재선되면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도 한 달만에 직접적인 답을 했습니다. 그는 국정연설 다음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방문해 Fed를 "금리를 정하는 작은 집단"이라 폄하하며 "나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은 대선 전까지 금리를 내리라는 신호를 줬고 트럼프는 대선 전까지 금리를 내리지 말라는 압박을 한 것입니다.
'앵그리 바이든' vs '프로 헤일리'
올 초만해도 시장에선 본격적인 선거철에 접어들기 전에 Fed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7~8월 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였습니다. 통화정책이 정치나 선거와 연루돠는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미리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희망섞인 전망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3월 조기금리 인하론이었습니다.그러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우선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 다릅니다. 예선이 없는 대선입니다. 이미 대선 구도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확정됐습니다.
7~8월 전당대회부터 본선이 시작되던 이전 대선과 달리 대선 본선은 조기 개막했습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치러치는 선거에서 투표일인 11월 5일까지 누구의 약점이 덜 드러나느냐 싸움입니다.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유권자층도 이전과 다릅니다. 이전까지는 중도층이 모든 걸 결정했지만 이번엔 '집토끼'들이 중요합니다. 민주당 지지층을 꼬이게 만든 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자 아랍계 이민들과 젊은 층이 등을 돌렸습니다. 이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후보 없음'으로 뭉치고 있습니다. 경합주인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그 비율이 13.2%였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12.7%였습니다. 이들이 경합주에서 트럼프를 찍지 않더라도 기권하거나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해도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선 '앵그리 바이든'이 문제라면 공화당에선 '프로 헤일리'가 관심입니다.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니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이 누구에게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후보직을 사퇴하면서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헤일리를 지지하는 공화당원 중 어느 정도가 투표 때까지 반 트럼프 노선을 견지할 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듭니다.
혼전 양상으로 흐르는 여론조사
대선 여론조사는 3개월마다 엎치락뒷치락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부터 트럼프가 계속 우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3월들어 다시 혼전 양상으로 돌변하고 있습니다.슈퍼 화요일를 앞두고 실시한 6회의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3승3패로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2월말 실시한 입소스 여론조사에선 두 사람의 지지율이 동률을 이뤘습니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왔다갔다 합니다. 게다가 공화당 측에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지난 대선에선 그랬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진 '샤이 트럼프'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어느 누구보다 트럼프 지지층은 적극적이고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가 앞선 것으로 나오던 에머슨대, 모닝컨설트, I&I 등의 여론조사 결과가 바이든 우세로 바뀐 것으로 나온 점이 주목됩니다. 지난달과 이달 에머슨대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가상 대결에서 부동층 비율이 줄었습니다. 지난달엔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12.5%였지만 이번달 조사에선 7.2%로 줄었습니다. 그만큼 바이든 지지율이 높아져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의 지지율이 51%대 49%로 나왔습니다. 앞으로 '앵그리 바이든'과 '프로 헤일리'를 모아 놓은 부동층이 어떻게 헤쳐 모이느냐가 관건입니다. 바이든은 아랍계 이민자를 비롯한 '앵그리 바이든'의 마음을 사기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의 금식성월 라마단 전에 일시휴전을 하도록 압박했으나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해치고 있다"며 공격했습니다.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집토끼들을 어떻게 껴앉느냐는 오는 12일에 있는 대표적 경합주 조지아주 프라이머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지아를 포함해 5개 지역의 경선이 있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확정에 필요한 과반의 표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지후보 없음이나 투표율을 보면 향후 대선에서 조지아주 민심이 어떻게 흐를 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CPI 쇼크 재현' vs '안도 랠리'
이번 주는 물가 주간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잇따라 나옵니다.무엇보다 12일에 나오는 2월 CPI가 중요합니다. 금리 인하에 정치가 부분적으로 개입할 수 있지만 피벗 시기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입니다.
1월 CPI는 시장예상보다 높았습니다. 주거비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연초에 가격 인상이 몰려 있는 계절적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시장 예상치(2.9%)보다 높은 3.1%가 나와 증시는 급락했고 금리 인하 시기는 뒤로 밀렸습니다.
이번엔 어떨까요. 1월 CPI처럼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을까요. 시장은 전년 동기대비 2월 CPI 상승률이 3.1%로 1월과 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1월(0.3%)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3.7%로 1월(3.9%)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월대비 상승률도 0.3%로 1월(0.4%)보다 완화한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CE)과 달리 CPI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주거비와 보험료, 각종 서비스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한 CPI는 Fed의 물가목표치 2%대에 들어서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시장은 그 시기를 6월 12일에 있는 FOMC로 보고 있습니다. 그 때까 돼야 PCE와 CPI가 모두 둔화세로 접어들고 노동시장도 완전히 잠잠해진다는 것입니다. 지표상으론 4월 물가지표와 5월 고용지표까지 본 때입니다.
만약 이번에 시장예상보다 인플레 지표가 호전된다면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있습니다. 14일과 15일에 나오는 PPI와 미시간대 기대인플레 수치에서도 인플레 둔화 추세를 확인할 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지난달 마이너스로 전환한 소매판매도 PPI와 같은날 발표됩니다. 앞서 11일에 뉴욕 연은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나옵니다. 이러한 지표들은 20일에 있는 3월 FOMC 전에 나오는 마지막 주요 일정입니다. 우선 계절 탓으로 CPI가 튀어오르느냐 아니면 인플레 안도감이 인공지능(AI) 랠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느냐가 관심사입니다. 증시 외적으로는 라마단 기간에 중동의 화염이 잦아들 지, 미국 대선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 조지아주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등이 이번주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