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과일…1인당 소비량 15년간 19%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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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줄고 가격 올라 과일 소비 부진
고령화·기후변화에 재배면적 중장기 축소로 생산 줄어 한국인의 1인당 과일 소비량이 지난 15년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고령화로 문을 닫는 과수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까지 겹쳐 과일 재배면적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높아지면서 과일 소비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 2007년 67.9㎏ 정점에서 감소세
1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농림축산 주요통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2007년 67.9㎏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과일 소비량은 경제 성장에 힘입어 1980년 22.3㎏에서 1990년대 50㎏대까지 늘었고 2005년 60㎏을 돌파했다.
그러나 1인당 과일 소비량은 2018년부터 50㎏대로 줄어 2022년 55.0㎏으로 2007년보다 19% 감소했다. 사과 등 6대 과일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2014년 41.4㎏을 기록했다가 생산량 감소로 2022년 36.4㎏으로 줄었다. 수입 과일 소비량은 12.6㎏이다.
과일별 1인당 소비량은 감귤(11.8㎏)과 사과(11.0㎏)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배와 포도(각 4.4㎏), 복숭아(3.7㎏), 단감(1.9㎏) 순이다.
과채류(열매를 먹는 채소) 중에 수박, 참외, 딸기, 토마토 등 4종의 1인당 소비량도 2000년 36.0㎏에서 작년 21.9㎏으로 연평균 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과일·채소를 하루 권장량인 500g을 섭취하는 인구는 10명 중 2명꼴밖에 되지 않는다.
6세 이상의 과일·채소 1일 500g 이상 섭취자 비중은 2015년 38.6%에서 2022년 22.7%로 약 16%포인트 낮아졌다.
농촌진흥청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과일 소비를 더 늘리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제 가격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사과 1kg 가격은 8일 기준 6.88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넘베오 자료가 공신력이 부족해 국가별 농산물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농가 고령화에 축구장 4천개 사과밭 사라진다…이상기후로 생산차질
과일 소비량은 생산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체 과일 재배면적은 2000년 17만2천90㏊에서 2022년 15만8천830㏊로 줄었다.
이 기간 6대 과일 재배면적이 14만9천㏊에서 11만1천㏊로 축소돼 생산량이 225만t에서 191만t으로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가 고령화 등으로 사과 재배면적이 올해 3만3천800㏊에서 2033년 3만900ha로 연평균 1%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9년간 사과 재배면적 2천900㏊(8.6%)가 줄어드는 것으로 축구장(0.714㏊) 4천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사과 생산량은 올해 50만2천t에서 2033년 48만5천t 내외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6대 과일 재배면적 감소의 공통 원인으로는 농가 인구 고령화가 꼽혔다.
김형진 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 과일 농사하는 분들이 고령이라 과수원 폐원은 늘어나는데 귀농은 많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국내 전체 농가 인구는 2022년 217만명으로 2013년의 285만명에서 68만명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비중은 절반인 49.8%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또 기후변화로 과일 재배 적합지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과 주산지 영남 지역 재배면적은 지난해 전체의 71%로 2000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비중이 6%에 불과한 신규 산지인 강원·경기 재배면적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배지 북상에 2000년보다 면적이 3배로 늘었다.
호남에서도 장수·무주 등 고랭지를 중심으로 면적이 확대돼 비중이 7.3%까지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은 2100년에는 사과가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될 것이라는 예측을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같은 이상기후도 과일 생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지난해 사과와 배 생산이 각각 30%, 27% 감소한 데는 봄철 개화 시기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호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김대준 국가농림기상센터 산학연협력부장은 "사과는 꽃이 피면 추위에 잘 견디지 못 해 수정이 잘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장마가 길어지면 습해서 병과 벌레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사과 같은 경우 화상병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기상 현상이 잦아질수록 과일 생산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사과·배 등 수입개방 어려워…병해충 위험·농가 피해 우려도
고령화와 기후변화가 과일 생산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단기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저온 피해가 없도록 과수 생육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사과, 배, 복숭아 등에 대한 저온피해 예방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를 맞아 품종이나 재배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기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사과 등의 수입을 개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염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부도 사과 등 일부 식물의 수입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등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병해충이 국경을 넘어 유입돼 우리나라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식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과나 배 수입을 허용하려면 수입 위험분석을 거쳐야 한다.
사과 수입과 관련해 한국은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8단계까지 협상이 진행돼야 수입할 수 있으며 가장 많이 진전된 일본은 5단계에 있다.
일본은 지난 1992년 검역 협상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2010∼2015년 위험 분석을 하다가 중단한 상태다.
사과 수입을 개방하면 국내 사과 농가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사과 수입 추진 반대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고령화·기후변화에 재배면적 중장기 축소로 생산 줄어 한국인의 1인당 과일 소비량이 지난 15년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고령화로 문을 닫는 과수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까지 겹쳐 과일 재배면적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높아지면서 과일 소비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 2007년 67.9㎏ 정점에서 감소세
1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농림축산 주요통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2007년 67.9㎏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과일 소비량은 경제 성장에 힘입어 1980년 22.3㎏에서 1990년대 50㎏대까지 늘었고 2005년 60㎏을 돌파했다.
그러나 1인당 과일 소비량은 2018년부터 50㎏대로 줄어 2022년 55.0㎏으로 2007년보다 19% 감소했다. 사과 등 6대 과일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2014년 41.4㎏을 기록했다가 생산량 감소로 2022년 36.4㎏으로 줄었다. 수입 과일 소비량은 12.6㎏이다.
과일별 1인당 소비량은 감귤(11.8㎏)과 사과(11.0㎏)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배와 포도(각 4.4㎏), 복숭아(3.7㎏), 단감(1.9㎏) 순이다.
과채류(열매를 먹는 채소) 중에 수박, 참외, 딸기, 토마토 등 4종의 1인당 소비량도 2000년 36.0㎏에서 작년 21.9㎏으로 연평균 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과일·채소를 하루 권장량인 500g을 섭취하는 인구는 10명 중 2명꼴밖에 되지 않는다.
6세 이상의 과일·채소 1일 500g 이상 섭취자 비중은 2015년 38.6%에서 2022년 22.7%로 약 16%포인트 낮아졌다.
농촌진흥청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과일 소비를 더 늘리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제 가격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사과 1kg 가격은 8일 기준 6.88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넘베오 자료가 공신력이 부족해 국가별 농산물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농가 고령화에 축구장 4천개 사과밭 사라진다…이상기후로 생산차질
과일 소비량은 생산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체 과일 재배면적은 2000년 17만2천90㏊에서 2022년 15만8천830㏊로 줄었다.
이 기간 6대 과일 재배면적이 14만9천㏊에서 11만1천㏊로 축소돼 생산량이 225만t에서 191만t으로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가 고령화 등으로 사과 재배면적이 올해 3만3천800㏊에서 2033년 3만900ha로 연평균 1%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9년간 사과 재배면적 2천900㏊(8.6%)가 줄어드는 것으로 축구장(0.714㏊) 4천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사과 생산량은 올해 50만2천t에서 2033년 48만5천t 내외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6대 과일 재배면적 감소의 공통 원인으로는 농가 인구 고령화가 꼽혔다.
김형진 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 과일 농사하는 분들이 고령이라 과수원 폐원은 늘어나는데 귀농은 많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국내 전체 농가 인구는 2022년 217만명으로 2013년의 285만명에서 68만명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비중은 절반인 49.8%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또 기후변화로 과일 재배 적합지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과 주산지 영남 지역 재배면적은 지난해 전체의 71%로 2000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비중이 6%에 불과한 신규 산지인 강원·경기 재배면적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배지 북상에 2000년보다 면적이 3배로 늘었다.
호남에서도 장수·무주 등 고랭지를 중심으로 면적이 확대돼 비중이 7.3%까지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은 2100년에는 사과가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될 것이라는 예측을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같은 이상기후도 과일 생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지난해 사과와 배 생산이 각각 30%, 27% 감소한 데는 봄철 개화 시기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호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김대준 국가농림기상센터 산학연협력부장은 "사과는 꽃이 피면 추위에 잘 견디지 못 해 수정이 잘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장마가 길어지면 습해서 병과 벌레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사과 같은 경우 화상병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기상 현상이 잦아질수록 과일 생산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사과·배 등 수입개방 어려워…병해충 위험·농가 피해 우려도
고령화와 기후변화가 과일 생산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단기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저온 피해가 없도록 과수 생육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사과, 배, 복숭아 등에 대한 저온피해 예방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를 맞아 품종이나 재배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기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사과 등의 수입을 개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염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부도 사과 등 일부 식물의 수입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등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병해충이 국경을 넘어 유입돼 우리나라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식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과나 배 수입을 허용하려면 수입 위험분석을 거쳐야 한다.
사과 수입과 관련해 한국은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8단계까지 협상이 진행돼야 수입할 수 있으며 가장 많이 진전된 일본은 5단계에 있다.
일본은 지난 1992년 검역 협상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2010∼2015년 위험 분석을 하다가 중단한 상태다.
사과 수입을 개방하면 국내 사과 농가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사과 수입 추진 반대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