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원주갑 박정하·원창묵, 2년만에 리턴매치

"힘있는 정부 여당의 큰인물" vs "원주시장 12년 실력 있는 일꾼"
"수도권 시대를 맞아 중앙 정치와 원주를 연결할 큰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낡은 생각, 낡은 인물, 낡은 리더십, 낡은 시스템 등 정치의 시대교체를 이루겠습니다"
"선거할 때만 내려와 표만 가져가는 낙하산 정치인에게 우리 지역을 맡길 수 없습니다.

늘 원주시민과 함께 한 시민 후보, 원주를 구석구석 잘 알고 지역 현안을 꿰차고 있는 원창묵이 정답입니다"
국민의힘 박정하(57)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원창묵(63) 후보는 제22대 총선 원주시갑 선거구 여야 후보로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22년 보궐선거에 이어 다시 맞붙게 된 것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리턴매치답게 두 후보는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상대방에 대한 연신 포화를 퍼붓고 있다.
◇ 2년 만에 다시 만난 두 후보…청년들 호소에 귀 쫑긋
지난 7일 오후 원주시 단계동 원창묵 후보의 선거캠프.
3선 원주시장을 지낸 원 후보와 청년들이 만난 간담회 자리는 활기가 넘쳤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는 무거웠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원주시 무실동의 한 음식점.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박정하 후보가 청년들과 만난 간담회 자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화기애애함 속에서도 청년들의 고민이 진하게 묻어났다.
장소는 각기 다르지만 여야 총선 후보들과 만나 일자리, 창업·소상공, 출산·보육 등의 고충을 토로하는 청년들의 눈빛은 진지했고, 후보들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두 후보는 "강원 제1 경제중심도시이자 가장 젊은 도시인 원주의 청년들이 점점 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는 청년들의 호소에 리턴매치의 포격전을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 '원주갑,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청년 표심 잡기 경쟁
원주는 2012년 제19대 총선 때 갑·을로 분구됐다.

25개 읍면동을 동서로 나눠 서쪽의 갑 선거구는 14개 읍면동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원주시 인구 36만1천426명 중 갑 선거구의 18세 이상 선거구민은 15만9천298명이다.

2018년 기업도시 조성 이후 신규 아파트 입주민이 많이 늘어 인구 3만명을 돌파한 지정면을 비롯해 시청사가 있는 무실동과 인근의 단계동은 젊은 유권자가 많은 선거구에 속한다.

지역 숙원인 여주역∼서원주역 복선철도의 2028년 완공에 이어 GTX-D 신설 노선이 놓이면 가장 먼저 수도권화되는 강원도의 서쪽 끝이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특성상 갑 선거구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렇다 보니 갑 선거구 여야 후보들은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고민에 후보들도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며 젊은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청년 자영업자에게 귀를 더 기울여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입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더 나아가 문화예술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 박정하 "큰 인물론" vs 원창묵 "지역일꾼"…양보할 수 없는 표심 대결
지난 8일 오전, 전날 청년들의 고민을 동시에 떠안은 두 후보는 택배 노동자 간담회와 아침 출근길 거리 인사로 표밭을 다졌다.
두 후보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인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는 당시 박 후보가 57.79%(4만5천366표)의 득표율을 얻어 42.20%(3만3천126표)의 득표율에 그친 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려놓은 원주갑 의원 배지를 박정하 후보가 꿰찬 것이다.

MB(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대변인에 이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제주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이후 10여년의 긴 터널을 지나온 박 의원은 보궐로 정계에 등장하자마자 정부 여당의 수석 대변인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원 후보를 다시 꺾고 재선에 성공해 중앙 정치의 큰 인물로 높게 날아오르겠다는 포부다.

박 후보는 GTX-D 노선을 원주까지 끌고 온 주역이자 힘 있는 정부 여당과 함께 원주 발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주자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보궐선거 패배 후 절치부심과 와신상담 끝에 당내 경선까지 뚫고 본선 진출권을 따낸 원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쳤다.

원 후보는 2번의 원주시의원과 3선 연임 시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주시 발전을 위해 뛰겠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12년 시장 재임 때 여주∼원주 복선철도 등 숱한 숙원사업을 실현하고 교도소 이전과 정지뜰 호수공원 사업을 전액 국비로 따낸 실력까지 갖춘 지역일꾼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