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 "물처럼 흐르는 프랑스 음악, 獨 음악과 다른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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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늘 순위권에 드는 중국 출신 연주자 랑랑(42). 지난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한국을 찾은 랑랑이 이번에 신보 '생상스'로 돌아왔다.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이번 음반 '생상스'는 카미유 생상스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드뷔시, 모리스 라벨 등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佛 작품 다룬 신보 '생상스' 발매
프랑스 여성 작곡가 5명 작품 수록
"숨겨진 훌륭한 작곡가들 발굴해야죠 "
지난 8일 화상으로 만난 랑랑은 "이번 음반을 통해 아름다운 프랑스 음악을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독일, 러시아 작곡가에 비해 프랑스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 같다"며 "제가 듣기에 프랑스 음악은 동양 음악의 느낌이 있어서, 아시아인으로서 공감이 된다"고 했다. 랑랑은 이전에도 "생상스는 과소 평가된 작곡가"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프랑스 레퍼토리에 특별한 애정을 가져왔다고 했다. 프랑스 음악 특유의 여유와 감성에 매료돼, 어릴 때부터 프랑스 인상주의 회화처럼 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했다고. 최근에는 파리에 주로 거주하고 있고, 프랑스에서 대대적인 순회 연주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흐르는 듯 해요. 황혼, 연무 같은 자연이 떠오르기도 하죠. 낭만과 무드, 특유의 감성도 있지요. 파리의 분위기도 중국이나 뉴욕과 달라요. 조금은 게을러져도 되는 느긋한 도시죠. 그런 분위기가 음악에도 반영이 된 것 같아요. "
그간 잘 연주되지 않았던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수록한 것도 눈에 띈다. 루이즈 파렝(1804∼1875), 멜라니 보니스(1858∼1937), 제르맹 테유페르(1892∼1983), 릴리 불랑제(1893∼1918), 샤를로트 소이(1897∼1955) 등 5명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새로운 작곡가들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작곡가 뿐만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훌륭한 피아노곡들을 우리가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이번 작업에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와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인 아내 지나 앨리스가 함께했다. 280년 전통의 세계적 민간 관현악단인 LGO는 역사적으로 생상스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악단이다. 그는 LGO와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을 협업한 것과 관련해 "생상스의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LGO가)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LGO는 매우 아름다운 현을 갖고 있어서 풍성함과 깊이를 갖고 있어요,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는 마치 바흐의 오르간 사운드가 연상되는 부분이 있는데 현의 풍성함이 이를 표현하기에 아주 좋았죠.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해지고 있다. 2019년 한국계 독일인이자 피아니스트인 지나 앨리스와 결혼하면서다. 지나 앨리스는 이번 음반에서 생상스 '동물의 사육자'의 제2피아니스트로 함께했다."지나는 작곡과 연주를 둘다 하는 재능있는 아티스트에요. 함께 작업하는게 즐겁습니다. 아내와 작업한 동물의 사육제에는 여러 비밀이 담겨 있는데요. 오펜바흐를 거북이로 묘사를 하기도 했고,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한 작품이에요. 그런 점을 찾으며 들으면 재밌을 거에요. "
이번 음반을 통해 프랑스 레퍼토리를 한층 심도있게 탐구한 랑랑. 그는 프랑스 작품을 연주하는데 있어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음악은 악보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더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반면 바흐를 비롯해 슈만 베토벤 등 독일 음악은 작곡가 의도에 좀 더 집중하면서 정확히 연주해야 하고요. 그래서 프랑스 음악에도 오히려 밸런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유로움과 작곡가의 정확한 의도, 두 가지를 놓치지 않아야만 무너지지 않는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랑랑은 레퍼토리가 넓은 피아니스트다. 리스트, 슈만 같은 낭만주의 작품뿐 아니라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채롭게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작품까지 더해지며 그의 음악 세계는 한층 확장됐다. 오는 11월 예정된 내한 리사이틀에서는 처음으로 쇼팽의 마주르카를 프로그램 넣어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에게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
"할 수 있는 최대한 모든 작품과 연결되고 싶어요. 제 가능성을 다양하게 모색하면서 가능한 한 넓어지고 싶거든요. 항상 레퍼토리를 확장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