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바다, 끝도 바다- 벨기에 쿠스트트램

벨기에 쿠스트트램
벨기에 플랜더스주를 달리는 ‘쿠스트트램’은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 열차다.

벨기에 플랜더스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닿아 있는 곳은 바로 서쪽이다. 바로 이 해안을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 기차’라는 뜻을 가진 쿠스트트램(Kusttram)이 달리고 있다. ‘ 플랜더스 해안을 알고 싶다면 쿠스트트램을 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1885년에 운행을 시작한 쿠스트트램은 원래 벨기에 전역에 있는 모든 도시를 연결하는 트램 노선의 해안 구간이었다. 세월이 지나 더 빠른 고속기차가 생기고 고속도로 등이 건설되면서 현재는 이 구간만 남아서 운행되고 있다. 플랜더스와 네덜란드 국경 근처에 있는 크노케에서 출발해 프랑스 국경 근처에 있는 드 파느까지 총 15개 해안 도시를 연결하며 그 사이에 있는 67개 역에 정차하는 총 68km 길이의 노선이다.

일반 기차 노선과 비교하면 그리 긴 것은 아니지만, 기차가 연결하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해변을 비롯해 역사적인 명소, 미술관, 거대한 모래언덕, 트레킹과 사이클링 코스, 해산물 식당, 비치바, 휴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리조트, 테마공원에 이르기까지 놀랄 만큼 다양한 매력과 즐거움을 만나게 된다.

덕분에 쿠스트트램 이용객들의 목적 역시 휴식에서 야외활동, 문화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차에서 내리지않고 수시로 바뀌는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타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처럼 속도가 관건인 시대에 쿠스트트램의 운행 속도가 시속 78km를 넘을 수 없는 것도 이런 사람들이 충분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가 아닐까.
쿠스트트램을 타면 펼쳐지는 끝없는 푸른 정경
연간 이용객이 1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국민 해안 기차로 사랑받고 있는 쿠스트트램 이용객들은 벨기에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 해변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라 이들 역시 쿠스트트램 애호가들이다. 해안에 있는 수많은 역에 정차하는 덕분에 해안가 어느 곳이나 쉽게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기차에는 개인 사이클은 물론 반려견도 함께할 수 있어, 굳이 개별 차량을 가지고 와서 주차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도 이용객이 많은 이유다. 심지어 운행시간도 편리하다. 여름 성수기는 10분 간격, 겨울에는 20분마다 출발한다.
벨기에 쿠스트트램
TRAVEL TIP

쿠스트트램 이용권은 한 장에 2유로. 10장을 묶음으로 사면 16유로인데, 제대로 즐기려면 24시간 내 무제한 사용 가능한 7.5유로짜리 데이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용권은 현장 또는 PC나 휴대폰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쿠스트트램 이용권 구매 방법은 간단하다. 각 역에 있는 발권기나 근처 상점에서 살 수 있다. ‘De Lijn’ 앱을 내려받아서 디지털 이용권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요금은 1회 승차에 2.5유로이며, 왕복 5유로. 쿠스트트램의 모든 역에서 무제한으로 타고 내리고 싶다면 데이패스가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1일권은 7.5유로(어린이 4유로)이며, 3일권은 15유로(어린이 8유로). 기차에는 승무원이 따로 없으며, 우리나라 버스표처럼 기차에 있는 노란색 스캐너에 이용권을 대면 된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지만, 수량이 제한되어 있으니 기차에 이미 자전거가 많으면 그다음 기차를 타야 하며, 2유로짜리 사이클용 티켓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휠체어도 기차에 실을 수 있다.

총 67개 역에 정차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라. 어떤 역에는 아무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서 기차에 타고 있다가 본인이 내릴 역이 있으면 기차 안에 있는 종을 미리 누르면 된다.

최근 플랜더스관광청의 지원으로 유용한 쿠스트트램 노선 지도가 만들어져 제공되고 있다. 지도는 각 역 주변 해변 위치, 화장실, 안내센터, 식당과 카페 등을 알려준다. 역 근처에 있는 안내센터에서 종이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며, 디지털 지도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쿠스트트램 여행에서 놓치면 안 되는 지역 네 곳

벨기에 크노케의 즈윈자연공원
철새들의 국제공항이 있는 크노케

쿠스트트램의 출발지인 크노케는 벨기에 북동쪽 가장 끝에 있어 네덜란드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19세기에 브뤼셀 시민들의 휴양지였으며, 벨기에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이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을 그리기 위해서 자주 방문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아름다운 해변, 즈윈 자연 보호지, 다양한 쇼핑시설, 50개 이상의 미술관, 수많은 건축물과 스포츠 시설, 그리고 벨기에에서 가장 큰 카지노가 있는 도시다.

또 다른 명소인 즈윈자연공원은 다양한 철새들이 한 번은 쉬고 간다는 의미에서 철새의 국제공항으로 불리는 158헥타르 규모의 거대한 조류 서식지다. 조수간만 차이가 너무 심한 덕분에 독특한 갯벌이 형성되었고, 이는 수천 마리의 새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먹잇감을 제공하는 서식지가 되었다. 방문객들을 위해 많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그리고 지역 야생동물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방문객 센터도 세워져 있다.

해변 예술을 만나는 오스탕드

오스탕드는 플랜더스 해안 지역에 있는 도시 중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다.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바와 해산물 요리 덕분에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오스탕드에서는 굳이 미술관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거리와 해변 곳곳에 50여 개가 넘는 작품이 있어 지도를 들고 천천히 찾아다니면서 구경하거나 매주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면 작품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거리 작품뿐만 아니라 유명한 미술관도 오스탕드를 방문하는 목적 중 하나다. 1850년에 문을 연 ‘MuZEE’ 미술관은 오스탕드 출신의 제임스 엔소르를 비롯해 표현주의자인 콘스탄트 페르메케, 상징주의자인 레옹스필리아르의 작품 등 다양한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나폴레옹이 황제에 즉위한 후에 그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나폴레옹 요새는 이제 관광지가 되어 당시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오스탕드에는 좋은 해변가 식당들이 많아 그중 한 곳에 들어가서 플랜더스 가정식으로 요리한 북해산 홍합 요리와 감자튀김에 1500종류의 벨기에 맥주 중 하나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즐기면서 감상하는 일몰은 그야말로 최고다.
벨기에 블랑켄베르흐
비치 바, 트레킹 그리고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블랑켄베르흐

여름 성수기에 이 도시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다양한 비치 바(beach bar)로 유명하다.

비치 바는 낮에는 쏟아지는 햇빛 아래에서 일광욕과 칵테일을 즐기며, 저녁에는 시원한 맥주와 일몰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고요함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쿠스트트램을 타고 블랑켄베르흐를 방문한다. 이곳에만 자연 보호지가 세 곳이나 있어 트레킹을원하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조용한 전원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배 대신 말을 타고 차갑고 깊은 북해에 들어가는 독특한 사람들 덕분에 더 유명하다. 지난 700년간 전 세계에서 오직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회색 새우잡이들이다.

노란색의 방수복을 입은 새우잡이들은 거대한 벨기에산 말을 타고 양옆에는 바구니를, 뒤에는 새우잡이망을 달고 바닷물이 거의 말 가슴까지 닿는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새우를 잡는다. 새우잡이는 썰물 전후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어진 낚시 시간은 불과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이어온 이 독특한 전통은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물론 이들이 잡은 새우로 만든 별미를 맛보기 위해서 새우잡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누구나 스파이가 되는 드 파느

쿠스트트램의 종착역이자 플랜더스 해안의 남쪽 끝에 자리한 드 파느, 여기서 5km 정도만 더 걸어가면 프랑스 국경이다. 날씨가 화창하면 바다 건너 영국 해안까지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벨기에와 프랑스, 영국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있어, 마치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다 스파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드 파느에는 고급스러운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으며, 해변이 플랜더스 해안 지대 중에서 가장 넓어서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타기에 아주 이상적이다. 또한 숲으로 들어가 사이클링을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