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PEF가 사랑하는 인재처럼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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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3
김태엽 어펄마캐피털 한국대표사모펀드(PEF)에 어떻게 입사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른바 ‘톱 스쿨’을 나와서 2~3년간 밤을 새우며 뱅킹·컨설팅 업무를 하다가 운이 좋으면 된다고 답하자니 무성의한 느낌이다. 그래서 PEF가 선호하는 인재상에서 출발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에 투자하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엑기스’를 뽑아보려고 한다. 좋은 기업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인 좋은 사람을 찾아 키우기. 어떻게 하면 PEF처럼 할 수 있을까?
PEF에서 잘나가는 인재(do’s)
(1) 시키지 않는 일을 하라PEF에선 적게는 10명 남짓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굴린다’. 투자에서 회수까지 온갖 사고가 터진다. 당장 작년 필자는 공장 화재,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사, 경쟁사 폐업에 따른 반사이익 등을 겪었다. 또 영업 목표를 세우고, 실적 보고를 받고, 경영진에게 잔소리하다 보면 1년이 금방 간다. 정글 같은 투자업계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시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노동조합 위원장 생일을 챙기고, 경쟁사 임원을 스카우트하는 등 할 일이 참 많다.(2) 포기를 모른다필자는 체력, 근성, 책임감이 ‘삼위일체’를 이뤘는지 가장 먼저 확인한다. PEF 자금은 평균 8~10년씩 묶이기 때문에 일단 투자하면 ‘손절’ 없이 목숨 걸고 살려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절실함을 아는 사람, 딸린 식구가 있어 오갈 곳 없는 외벌이 가장, 집안이 한두 번 망해서 고생한 주니어, 못난 오너한테 등골 다 빼먹힌 중견그룹 차·부장들을 나는 매우 사랑한다.
(3) 내 돈부터 굴려본다
지난 19년 동안 필자가 인터뷰한 약 400명 가운데 자기 돈을 직접 투자해본 경우는 10%도 안 됐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처음에는 자신과 가족 돈으로 투자했는데, 자기 돈 1000만원도 안 굴려본 지원자가 PEF를 천직이라고 주장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일단 투자를 시작하고, ‘말아먹고’ 다시 배워도 늦지 않는다.
PEF에 부적합한 사람(don’ts)
(1) 월급에 자존심 세운다‘월급의 노예’들은 절대 망하지 않을 듯하고 인건비에 신경 안 쓰는 곳에 가라. PEF는 철저한 자영업이다. 돈을 벌고 싶은 욕심과 벌 자신이 있는, 아니면 버는 법을 절실히 알고 싶은 헝그리 복서만이 살아남는다. 필자는 PEF가 하고 싶어서 월급의 47%만 받고 PEF로 옮겼다가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견뎠다.
(2) 숫자 없는 대화를 한다숫자는 투자업에서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어야 한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브랜드 가치나 경영진의 자질로 답한다면, 예술가에 가깝다. “연 매출 증가율이 몇 %로 산업 성장률을 몇 배 앞섰다”는 답변이 더 편해야 PEF형 인간이다. 필자에게 처음 기업가치 평가를 가르쳐준 형님은 엑셀로 일기를 썼다.
(3) 사람 만나는 데 게으르다
PEF 종사자는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그래서 책에는 없는 현장의 지식이 훨씬 중요하다. 게다가 사람을 보는 눈, 주변의 떡잎들을 끌어오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위로 갈수록 더욱더 중요하다. 심리학과를 나온 필자는 진정한 심리학의 힘을 느끼고 있다. 반대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스트레스받거나, 혼자서 공부하고 사색하기 좋아한다면 트레이딩이 더 맞을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성공한 모든 트레이더는 사람들을 만나서 지금 이 세계가 가는 길을 알아나가는 걸 매우 좋아한다!
모두가 PEF 뱅커 혹은 투자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연금이 고갈되고 알량한 월급의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지금, 모두 결국 투자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움직이고 긴 안목으로 우직하게 자신의 상상을 실현하고 싶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 입에 침이 고인다면 반드시 PEF형 인생에 도전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