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의 날'… 한방에 오스카 정복한 킬리언 머피, 삼수 성공한 로다주!

크리스토퍼 놀란 갑독의 열연
오펜하이머 역의 킬리언 머피 남우주연상

31년 전 '채플린' 오스카상 아깝게 놓쳤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남우조연상
"원래 오펜하이머 역할 원했었다"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킬리언 머피.
킬리언 머피가 영화 ‘오펜하이머’로 생애 첫 아카데미(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머피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머피는 ‘오펜하이머’에 대해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https://www.arte.co.kr/stage/review/article/2425 1996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는 단번에 수상까지 하는 영광을 안았다. 머피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해 ‘오펜하이머’가 개봉한 이후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
제 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
그는 올해 초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잇따라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이런 예상에 무게를 실었다. 머피를 제치고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오메티가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펜하이머의 무게감을 이기지 못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연출한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오펜하이머 역을 소화한 머피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세상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는 무기를 개발해야 하는 과학자로서의 고뇌를 사실적으로 소화했다는 평을 들었다.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킬리언 머피.
1976년 아일랜드의 교육계 집안에서 태어난 머피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음악과 연극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극 무대와 단편영화, TV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배우 경력을 쌓았다. 좀비 영화 ‘28일 후’(2002) 주인공을 맡아 널리 알려졌다.

놀런 감독과 의 인연은 2005년 시작됐다. ‘배트맨 비긴즈’ 정신병원 원장 조나단 역을 소화하면서다. 이후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덩케르크’(2017) 등에서 잇따라 조연으로 활약하다 ‘오펜하이머’로 주연을 꿰찼다.

머피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2013∼2022) 등이 대표작이다. 머피는 연기파 배우로 꼽히지만, 상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2006년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텔레비전 시상식에서 ‘피키 블라인더스’로 각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는 ‘오펜하이머’로 미국 아카데미를 포함한 굵직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면서 ‘28년 무관’의 한을 풀게 됐다. 김보라 기자



삼수 만에 남우조연상 받은 로다주!
"비밀이지만, 난 원래 오펜하이머 역할 원했다"
제 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31년 전에 놓친 오스카 트로피를 '오펜하이머'로 품었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펜하이머'로 '가여운 것들'의 마크 러팔로, '플라워 킬링 문'의 로버트 드니로, '바비'의 라이언 고슬링 등을 제치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제 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내 수잔과 입맞춤을 한 뒤 무대에 올랐다. 그는 "우선 제 혹독했던 유년기에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아내 수잔 다우니에게 감사하다. 저를 찾아내주었고 상처받은 강아지 같았던 저를 사랑으로 키워줬다. 덕분에 제가 여기 있다"며 아내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그는 “비밀을 하나 털어놓자면, 내가 이 역할(‘오펜하이머’의 배역)을 원했다”며 “제작자와 출연진, 놀런 감독이 그걸 알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오펜하이머’에서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하는 과학자 오펜하이머와 반목하는 인물인 스트로스 제독 역을 소화했다. 다우니는 오스카 레이스 초기부터 별다른 경쟁자가 없다고 여겨질 만큼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수상 말미에는 그는 "45년의 커리어 가운데 절반 정도를 저를 구해내느라 애썼을 제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우여곡절 많았던 자신의 삶을 위트로 표현했다. 과거 ‘채플린’(1993)으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셜록 홈즈’(2010)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남우주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유독 오스카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채플린’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는 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고 ‘트로픽 썬더’(2008)로는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나 수상은 불발됐다. 채플린은 당시 '여인의 향기' 알 파치노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제 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젊은 나이에 연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 중독으로 10년이 넘게 힘든 시절을 보냈다. 수렁에 빠진 그를 구원해 준 것은 아내와 영화였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스크린에 컴백하며 세계적인 흥행 배우가 됐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를 시기했던 루이스 스트로스를 입체적으로 연기해 내며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