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원→400원 '주가 폭락'…개미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의견거절' 받자 주가 폭락 전 팔아치운 대주주들
거래소 "감사보고서 늦는 기업 주의"
사진=한경DB
올해 상장사들의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자 공시 전 최대주주 및 내부자들이 먼저 물량을 털거나, 허위 정보를 흘려 주가를 띄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153개, 제출기한이 아직 오지 않은 기업은 1540개다. 이날까지가 제출기한인 기업은 샘표, 고려아연 등 8개다. 상장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기업은 상장폐지 사유가 자주 발생해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지난해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18개사가 결산 감사보고서를 지연제출했다. 이 중 5개사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지연제출한 40개 상장사 중 15개사가 상장폐지 요건에 걸렸다.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이나 '부적정' 등을 받은 한계기업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주가 역시 급락해 투자자에겐 악재로 꼽힌다. 만약 상장사가 이의신청 또는 재감사를 통해 상폐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그대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는 기업 중 일부는 악재성 공시를 늦게 공시하거나 미발표 정보를 내부자 또는 최대주주가 먼저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22년 12월 A사는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200억원 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듬해 1~2월에도 140억원 가량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결산 시기에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즉각 관련 사유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A사 최대주주의 채권자 B씨는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 A사 주식을 팔아치웠다. 대량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1200원대였던 주가는 800원대까지 급락했고, 감사보고서가 나온 시점에서는 400원 밑으로 떨어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주들의 몫이었다.

또다른 상장사 C사는 대규모 순손실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매매거래가 정지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C사의 최대주주는 이러한 사실을 공시하기 전에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했다. 회생절차 개시로 거래가 정지된다는 사실은 최대주주가 변경된다는 공시가 나온 뒤에야 나왔다. 거래소는 투자에 유의해야 할 한계기업들의 특징으로 △주가 및 거래량 급변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 △호재성 정보 유포 등을 꼽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계기업의 주가 및 거래량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급변하는 경우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도 한계기업 특징 및 불공정거래 주요 유형을 참고해 주가 급등 시 추종 매매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