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오히려 기회…아직 늦지 않아" 투자 고수의 조언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⑦]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증시와 긴밀한 IRP 비보장형?…시황 보지마라"
"청년들, 목돈 없으면 먼저 목돈부터 만들어야"
"정기예금 금리 훌쩍 웃도는 성과…IRP 관심↑"
퇴직연금 잘 굴리려면…"시간·종목 분산 중요"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은 노후자금인 만큼 원리금 비보장형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퇴직연금은 당장이 아니라 30년, 40년 뒤를 보는 겁니다. 퇴직연금을 불리기에 관심이 많은 '연금쟁이'들에겐 오히려 지금과 같은 증시 답보 상태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은 수십년 뒤에야 받을 돈인 만큼 당장의 시황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현역 시절 '펀드 전문가'로 불렸다. 2004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겸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아 금융소비자들의 은퇴 후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끝으로 지금은 '은퇴교육·노후설계 전문가'로 나서고 있다.

IRP는 계좌에 돈을 넣고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굴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중 '원리금 비보장형 IRP'는 주식형 펀드 등 투자형 상품에 가입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될수록 일시적으로 IRP 수익률도 낮아지고, 반대로 활황이면 높아지는 식이다.

하지만 단기 시황만 보고 비보장형에 투자하길 겁내선 안 된다는 게 강 대표 얘기다. 강 대표는 "주가가 떨어지면 당장은 불안할 수 있어도 많이 사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내 수익률을 맡길 좋은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고 단기 IRP 수익률 통계에 호도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대표는 "연금이란 게 미리 일정금액을 적립해 두고 노년기에 규칙적으로 나눠 받는 것인 만큼, 청년들도 간접 경험을 통해 연금 준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유채영 기자
▷'연금 준비' 강조하는 이유는.

"주식이든 코인이든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팔고 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런 방식으로는 어쩌다 한 번은 모르지만 꾸준히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젊은 투자자들의 조급증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최대한 억누르고 원칙을 지켜가면서 자산 운용하는 법을 가능한 빨리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독일은 과반의 국민이 자녀의 도움이 아닌 연금의 도움으로 노후를 살아간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돼야 한다."▷최근 수년 사이 IRP 가입이 크게 늘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사이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규모는 52% 증가했는데 IRP 적립금은 무려 127%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비슷하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IRP는 크게 연금 적립 용도와 퇴직급여 수령 용도로 활용된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임을 감안하면 연 13.2%와 16.5%의 수익 보장은 매력적인 조건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노후 대비 금융상품 계좌로서 IR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

▷국내 IRP 수익률은 타국가 대비 크게 저조한 편인가."그렇다. IRP 계좌는 넓은 범위에서 DC형 연금에 포함된다. IRP만의 수익률 비교 자료는 없기 때문에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을 줄세워 보면 한국의 지난 10년 평균 수익률이 2.7%인데 비해 미국은 8%, 일본은 3.8%다. 다른 나라보다 성과가 낮은 이유는 연금자산의 70% 이상을 원리금보장 상품에 넣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이 절반 이상 든 주식형 펀드의 편입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사실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DC형 퇴직연금 자산의 80% 이상을 투자형 상품에 운용하고 있다. 특히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의 비중이 60~70%에 이른다."
'퇴직연금 유형별 비중'과 '퇴직연금 유형별 실적배당 비중'. 그래픽=신용현 기자
▷정책적 허점이 있는 건가.

"정부와 기업 모두에 책임이 있다. DC형의 경우 기업은 기업이 책임져야 할 연금 운용을 가입자 책임으로 돌려둔 것이기 때문에, 경영자가 책임지고 가입자들이 관련 지식을 갖추도록 나서야 한다. 경영자뿐 아니라 회사 노동조합도 복지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 의식이 '제로'다. 오히려 근로자에게 연금 교육을 시키려면 노조 허락 받고 시키라는 노조도 있다. 또 정부는 기업이 교육과 지원을 다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근로자의 자기 책임의식도 중요할 것 같다.

"근로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DB형과 달리, IRP를 포함한 DC형 연금은 연금적립금의 운용결과에 대한 최종책임을 가입자 스스로가 지는 제도다. 나중에 어떤 결과를 얻게 되든 소속 직장이나 금융사를 원망할 수 없단 얘기다. 똑같이 30년 근무하고 퇴직했는데 동료와 퇴직연금 규모가 두 배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 때가 되면 얼마나 후회되고 억울하겠나. 단순히 연금을 넣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직접 시간을 들여 투자지식을 쌓는 등 적립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퇴직연금을 높은 성과로 불릴 수 있을까.

"퇴직연금 운용은 10년, 20년, 30년 장기로 적립식 투자를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적립식 투자를 해나가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불황과 활황을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돈을 차곡차곡 쌓을 그 우량 투자상품을 고르는 일이다. 운용회사의 평판과 장기수익률, 수수료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상품을 골라야 한다. 또 이 같은 적립식 투자로 연금자산이 어느정도 목돈이 됐다면, 변동성 대응의 측면에서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상품에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 즉 시간 분산뿐 아니라 종목 분산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대표는 "퇴직연금 운용은 10년, 20년, 30년 장기로 적립식 투자를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운용회사의 평판과 장기수익률, 수수료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채영 기자
▷IRP에 어떤 금융상품을 넣어 운용해야 하나.

"IRP는 노후대비 절세 상품이다.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이니까 그만큼 여러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2~3년 뒤에 쓸 주택 구입자금 같은 돈을 IRP에 넣어두면 안 된다. IRP에 넣을 돈은 30~40년 뒤 노후를 위해 쓰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소액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다. 숫자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의 비율을 공격적 투자상품인 주식형 펀드(ETF)에 넣는 게 핵심이다. 30대는 70%를, 70대는 30%를 공격적인 비율로 굴리는 식이다."

▷3040세대 중에는 가상자산이나 주식 단타(단기매매)를 하는 이들이 많다.

"무슨 투자든지 간에 조바심에서 비롯되면 '잃는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적립식 투자'가 정말 중요하다. 연금이란 게 미리 일정금액을 적립해 두고 노년기에 규칙적으로 나눠 받는 것인 만큼, 청년들도 간접 경험을 통해 연금 준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수강생들은 전부 퇴직 직전의 나이다. 모두 진작부터 노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더라. 청년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 목돈이 없으면 먼저 인내심을 갖고 목돈을 만드는 게 우선이며, 길게 보는 적립식 투자에 길들여질 필요가 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