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1억만 쓰세요"…기업가치 500억 뛰는 뜻밖의 방법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⑤]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인터뷰
"중소형주, 자금 부족에 딜레마 빠져"
"주주환원 나서는 중소형주에 혜택 줘야"

"모든 상장사 IR 의무화 필요…기술특례기업엔 더 중요"
"외국인, 투자 결정시 정보공개에 민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주(株)에 해당하는 얘기다. 중소형주는 주주환원과 투자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중소형주가 주주환원을 선택하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줘야 한다. 중소형 회사들이 기업설명회(IR)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중소형주가 투자를 포기하고 주주환원을 택하면 그만한 규모의 세금 공제, 보조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거친 이 대표는 2021년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를 설립했다.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스몰캡(중소형주) 기업들을 직접 탐방해 기업분석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게 리서치 운영 목표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의지가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주주환원율이 낮은 것이 큰 문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적했듯이 10년간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2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주주환원율은 91%, 선진국 평균은 67%였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데, 디스카운트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배당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배당 세액공제 제도 도입이 예고됐다. 배당소득세를 낮추고, 배당을 확대한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기업을 탐방하며 느낀 점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세금에 예민하다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배당을 꺼린 배경엔 세금이 있다. 배당을 받아도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주의 최대주주는 개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배당을 받는 것보다 급여를 늘리고, 법인카드를 사용한도를 높이는 것이 편한 선택지였다. 따라서 세금 부담이 줄면 배당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저평가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도입됐는데."밸류업 프로그램은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각에선 자율성에 기댄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고려하면 상장사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때문에 강제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다. 또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을 언급한 만큼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높은 상속·증여세율 때문에 대주주(상속세율 최대 60%)의 주가 부양 의지가 낮은 점도 증시 저평가에 일조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상속·증여세를 낮추는 법 개정도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미일 주요증시 배당성향./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투자가 유망한 종목은 뭐가 있나.

"금융·은행·보험·증권·자동차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이 업종은 주가순자산비율(PBR)뿐 아니라 주가수익비율(PER)도 낮다. 대체로 시총 상위에 있는 만큼 향후 주주환원책 강도에 따라 주가 상승 여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관과 외국인이 주주환원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중소형주 중에선 없나.

"가장 중요한 게 기초체력(펀더멘털)이다. 회사의 현재 실적이 어떠한지, 우상향하는 흐름인지 살펴봐야 한다. 중소형주 중에서도 시총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알짜 업체들이 있다. 이러한 업체들은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에 주목할 만하다. 또 중소형주의 최대주주가 대기업이나 그룹인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은 안정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자사주 비율이 높은 지,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리스크는 없는 지도 점검해야 한다. 오버행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은 주가가 오르다가도 대규모 물량이 출회되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반대로 오버행 이슈가 없다면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 일부 중소형주의 최대주주는 기업을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익을 나누는 데 인색했다. 대표적 고배당 업종인 금융업을 보면 대부분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어느 정도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이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다. 그런 점에도 중소형주는 딜레마에 빠졌다. 연간 200개 이상의 업체를 탐방하며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자사주를 취득할 돈으로 사람을 뽑고, 시설에 투자하는 게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상장사에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확대를 의무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회사들이 투자를 포기하고 주주환원에 나설 때, 그만한 규모의 세금 공제, 보조금 지원과 같은 혜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대주주의 주가 부양 의지가 낮다.

"2018~2022년까지 5년간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기업이 기업설명회를 연 비율은 11.1%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중소형주 10곳 중 9곳은 기업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기업설명(IR)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상속·증여 이슈 때문에 관심을 일부러 덜 받고 싶어 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상장사로서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시가총액 5000억원인 기업이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면 기업가치가 연 440억~500억원가량 불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때 투입되는 비용은 평균 1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IR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소극적인 IR 활동은 저평가로 이어진다. 특히 기술특례방식으로 특혜를 받아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은 기업설명회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R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그렇다. 향후 모든 상장사가 기업 설명회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기마다 실적 발표회 개최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현재 기업 설명회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기관, 기자 정도만 참관할 수 있어 개인의 접근성이 낮다. 투자자에게 알릴 일이 있을 때에는 곡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IR협의회 등을 활용해 일반 투자자에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상장사의 사업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5개년(2018~2022년)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기업설명회 개최 비율./그래프=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기술특례기업에게 IR을 더 강조하는 이유는.

"기술특례 기업의 경우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에 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크다. 이들은 특별 대우를 받아 증시에 입성한 만큼 주주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기술특례 기업을 대상으로 'IR 의무화'를 시범 적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간혹 개인 투자자들이 'OO 기업은 왜 보고서가 없냐'고 애널리스트를 질타하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애널리스트는 IR을 통해 정보를 얻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IR이 열리지 않으니 보고서를 쓸 수 없다. 보고서가 발간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에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중소형주를 다룬 보고서는 대형주보다 그 수가 적다."

▷중소형주는 건실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투자자들에게 있는 것 같다.

"막상 시총 500억원 이하 회사에 방문해 기술력을 살펴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IR은 의지의 문제다.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기관·외국인 등 큰 손들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중에서도 건실한 기업이 많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한경닷컴은 심층기획 3편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를 총 7회에 걸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