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연초효과 끝나고 '4월 경계령' 확산…공사채 몰려온다(종합)

연초특수 끝물인데 공사채 만기도래 급증
'4월 위기설'까지 겹쳐…수급부담 우려 커질 듯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들이 연초에 적극적으로 채권을 사들이는 '연초효과'가 마무리되고 '4월 경계령'이 퍼지고 있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공사채의 발행량 증가에 주목한다.

신용도가 우수한 공사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열위인 다른 회사채의 수요까지 흡수하며 수급 부담이 생길 수 있어서다.

아울러 오는 4월 총선이 끝나면 부동산발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도사리고 있어 회사채 시장에 긴장감이 맴돈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및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공사채의 발행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1월 공사채 발행량은 3조3천100억원이었으나 지난달 5조4천100억원으로 약 63.6%가량 증가했다.

대표적 공사채인 한전채(한국전력이 발행하는 채권)는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발행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달 한국도로공사(9천200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8천300억원), 경기주택도시공사(7천100억원) 등을 중심으로 공사채 발행량이 늘었다.

이로 인해 공사채는 지난 1월에는 5천억원가량 순상환 기조였으나 지난달에는 2조5천400억원 순발행 기조로 전환됐다.

순상환은 해당 기간 발행된 채권보다 상환된 물량이 많은 상태를, 순발행은 그 반대의 상황을 뜻한다. 공사채 발행물량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1분기 공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월별로 2조∼3조원대에 그쳤으나 오는 2분기 4조∼5조원대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월별로는 4월에 4조5천400억원, 5월에 5조100억원, 6월에 4조3천100억원어치의 공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반면 연초 회사채 시장을 강세로 이끌었던 기관의 자금 집행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연초효과는 끝물로 접어들었다.

이에 업황 전망과 개별 기업의 신용 상태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엇갈리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가령 중견 건설사인 HL D&I(BBB+)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약 700억원을 조달하고자 지난달 말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전액 미매각됐다.

회사채 만기도 1년물로 짧았고 공모 희망금리도 최대 8.5%를 제시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연초효과에 힘입어 A∼BBB급 비우량 회사채들도 잇달아 수요예측 흥행을 이어온 터라 이번 미매각 사태는 더욱 이목을 끌었다.

다만 인수단과 미매각 물량에 대한 총액인수계약을 맺어 회사채 발행은 문제없이 진행됐다.

역시 석유화학 부문 업황 부진 우려 속에 최근 여천NCC도 1천50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매수 주문량은 250억원에 그쳤고, 이랜드월드는 목표액을 채웠으나 계획보다 20bp(1bp=0.01%포인트)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이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크레디트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 축소가 지속돼 회사채 전반적으로 가격 부담이 생겼다"면서 "연초효과는 점차 약화하고, 통상 3월은 자금 유출 변동성이 확대돼 회사채 매수가 약화하고 약세 압력이 커지는 계절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물량 부담은 커졌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4월 위기설'로 인한 불안감도 여전한 상태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총선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 속에 투자 심리는 위축되는 반면, 올해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가 평년보다 크다"며 "수요는 줄어들고 공급량은 늘어나는 수급상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