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차파트너스, 주총 전 장외공방 계속…갈등 격화(종합)

차파트너스, 금호석화 연일 직격…"박찬구, 15년전 주장과 모순"
금호석화 "무지의 소치…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주장 못해"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 측과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연일 상대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내며 장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차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금호석유화학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면서 이사회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박찬구 회장의 과거 발언까지 꺼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주장하자,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박철완 전 상무를 배후로 둔 경영권 분쟁 의도로 보고 전면 반박하는 형국이다.
차파트너스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수주주의 자사주 소각 요구를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측 주장을 2009년 박 회장의 주장으로 반박했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보유 자사주(지분 18.4%)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했으나, 박 회장 측은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박 회장 측은 차파트너스가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을 두고서도 소액주주 권리 제고 운동이 아니라 사실상 박 전 상무를 대리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봤다.

이에 차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주주제안이 경영권 분쟁이라면 지난 2009년 박찬구 회장은 본인의 형인 박삼구 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이사회에 송부한 서신에서 '주주 간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회사의 이사회가 지분율의 현격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 '자사주를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나 그 측근 또는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이사회가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불거진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난' 당시 박 회장이 이사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자사주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내용을 근거로 자사주 전량 소각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의 주장과 박찬구 회장의 위 입장문에 의하더라도 금호석유가 자사주를 총수 일가의 우호세력에게 처분하는 것은 임무위배(배임)의 불법에 해당한다"며 "금호석유의 미소각 자사주 100%가 소각될 수 있도록 금호석유 주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반박 입장문을 내 차파트너스 측 주장이 "무지의 소치"라고 맞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당시는 금호석유화학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하려던 박찬구 회장과 이에 맞서 경영권 분쟁 중이던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본부장(현 금호건설 사장) 및 박철완 측이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 및 공익재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모회사인 금호석유화학에 고스란히 손실을 입히는 행위를 서슴지 않던 시기"라고 주장했다. 박찬구 회장의 당시 행동은 박철완 전 상무 등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고, 이런 노력의 결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여파로 막대한 손실을 안고 워크아웃에 들어갔음에도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빠르게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금호석유화학의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그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차파트너스가) 박철완을 대리하는 행위는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금호석유화학은 그간 차파트너스가 제기해 온 현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별도 자료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을 기점으로 이사회 구성원은 전원 교체됐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조치로 이사회 독립성을 크게 높였다"며 "이사회는 S&P글로벌의 2023년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 중 독립성 항목에서 100점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배임 혐의 유죄 확정판결로 취업이 제한됐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을 2019년 이사회가 사내이사로 추천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한 차파트너스 측 주장에 대해서도 "현 이사진 전원은 2021년 3월 이후 이사회에 진입했고 박찬구 당시 이사는 2021년 5월 이사회에서 사임했다"며 현 이사회 구성원들은 해당 사안과 관련이 없다고 금호석유화학은 주장했다.

'2022년 당시 이사회가 박 회장의 범죄행위 수혜자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100% 찬성했다'는 차파트너스의 문제 제기에는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국민연금, 한국ESG연구소가 찬성 권고를 내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78.7%의 높은 찬성률을 얻은 점을 들어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 안건 상정은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치며, 상정 전 개별 이사 및 이사진 사이에서 상당 기간 숙의가 이뤄지는 만큼 찬성률이 100%라는 점이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의 지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