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경매 주5일로 축소"…금방 시드는 여름농작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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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도매시장 '인력난'
"주6일제론 경매사 채용 어려워"
업계 "출하 못하면 태반 버려져"
애그플레이션 심화 우려 목소리


주 5일제 추진은 가락시장 내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 6일 근무, 장시간 야간 근로 등으로 가락시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중간도매상부터 하역인력까지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사는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주 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농가 등의 반발에 부닥쳐 4월 6일 시범 휴업을 보류했지만, 결국 주 5일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업계에선 가락시장 주 5일제가 농작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날씨가 더워지는 6~8월이 문제다. 토·일요일 이틀 연속 농산물을 출하하지 못하면 농가에 쌓아둬야 하는데, 폭염이 닥치면 상품성이 떨어져 팔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폐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바이어는 “저장시설이 많지 않은 농가에선 복숭아 양파 등 더위에 약한 농작물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농작물 가격 상승은 사과 귤 등 과일을 넘어 채소류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풋고추 도매가는 ㎏당 1만356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12% 올랐다. 배추(84.08%), 부추(73.36%), 토마토(58.33%) 등도 일제히 작년보다 비싸졌다.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연간 거래되는 농작물은 230여 만t에 달한다. 국내 총거래량의 40%를 차지한다. 이런 가락시장이 주 5일제를 본격 시행하면 다른 공영도매시장도 운영일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가락시장 주 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주 5일제를 시행하기보다 여름철엔 운영일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