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갈등' 일단 봉합…NH證 차기 CEO에 '증권맨'

중앙회-금융지주 전면전 피해

임추위서 내부 출신 윤병운 추천
'정통 농협맨' 유찬형 밀던 중앙회
금융당국 반대에 한발 물러선 듯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과감한 변화·혁신 이뤄낼 것"
윤병운 내정자
NH투자증권 차기 사장을 놓고 벌어진 농협중앙회와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의 갈등이 봉합됐다. NH투자증권 내부 출신인 윤병운 부사장(57)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되면서다.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 내부 출신 인사의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에 반대 방침을 밝히자 중앙회가 한 발 물러선 결과로 해석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앞으로도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본지 3월 11일자 A2면 참조

증권사 독립경영 놓고 ‘이견’

NH투자증권은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윤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이날 윤 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63),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60) 등 세 명의 후보를 놓고 심사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임시 이사회를 거쳐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윤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다.

이번 갈등은 농협금융이 2014년 인수한 이후 10년째 이어져온 NH투자증권의 ‘독립경영’ 보장 문제에서 출발했다. 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 초대 대표인 김원규 사장과 현 정영채 사장 등 ‘증권맨’이 경영을 맡았던 전통이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전문가가 회사를 운영해야 증권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생각은 달랐다. NH투자증권이 독립 경영을 이유로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과 증권, 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 부진 이유도 NH투자증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에서 찾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1일 열린 제25대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 7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을 만나 유 전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 10년을 맞은 NH투자증권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농협맨’인 유 전 부회장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회장은 “사장 후보 선정은 NH투자증권 임추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유 전 부회장이 증권업 경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 임추위와 이사회가 유 전 부회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하지 않을 경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정면 충돌하는 ‘농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금융당국 압박에 부담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7일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감원이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 가는 관행은 물론 ‘농협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농협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기로 하자 농협중앙회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도 이날 취임식에서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싼 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갈등과 관련해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취임식 직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농협중앙회는 “NH투자증권 임추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농협금융과의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 명예직으로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에 관여할 수 없다”며 “NH투자증권이 자체적으로 사장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향후 잡음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충정로 농협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농협의 지난 63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업·농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농협’을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강 회장은 중앙회 역량 집중 차원에서 하나로유통과 남해화학, 농협양곡 등을 보유한 농협경제지주의 통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지배구조 개편은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보형/박재원/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