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행 논란에…법무부 "출국금지 유지 명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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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는 1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종섭 호주 특명전권대사의 이의신청을 받은 법무부 출국금지심의위원회는 고발장이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접수된 이후 출국금지 조치가 수회 연장됐음에도 단 한 번의 소환조차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법무부는 또 "이 대사가 지난 7일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증거물을 임의제출 하면서 향후 조사가 필요할 경우 적극 출석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하고 있고,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까지 받아 출국해야 할 입장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고발됐다.
수사에 나선 공수처는 이 대사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출국금지했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는 한편, 출국금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이 대사는 조사에서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의혹이 불거진 뒤 교체한 새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고, 사건 당시 사용하던 업무수첩은 폐기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 대사의 공수처 출석 하루 만인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대사는 전날 호주로 출국했다. 법무부는 출국금지를 해제하면서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된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사흘 만에 다시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것이 '피의자 빼돌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이날 조국혁신당과 녹색정의당은 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윤 대통령과 박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