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간첩죄 호주 작가 사형 집행 안할수도"…해빙 무드 이어가나

호주 주재 中대사 "사형집행유예, 이론상 집행 안할 가능성 있다" 첫언급
'왕이 호주 방문설' 속 민감 현안 갈등 수준 낮추려는 의도란 해석도
주(駐)호주 중국대사가 최근 양국 간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호주 국적 작가의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12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샤오첸 주호주 중국대사는 전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샤오 대사는 호주 국적 작가 양헝쥔(59) 박사가 베이징 법원에서 간첩죄로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며 이는 그가 즉시 사형당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또 샤오 대사는 양헝쥔이 수형 조건을 지키고 계속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론적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자가 양헝쥔이 사형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합조보는 짚었다.

1965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태어난 양 박사는 중국 외교부·국가안전부에서 일하다가 호주로 이주한 뒤 2002년 호주 시민이 됐다.

이후 호주와 미국에 머물며 스파이 소설 작가가 됐으며, 중국 민주화를 지지하는 정치평론가·활동가로도 일했다. 양 박사는 2019년 1월 중국 광저우 공항에서 체포돼 그해 8월 간첩 혐의로 기소된 뒤 5년간 구금 끝에 지난달 5일 1심에서 사형과 함께 2년간 형 집행을 유예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양 박사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형 집행유예는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이 좋을 경우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주는 중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양 박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중국과 호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줬다.

양국 관계는 안보 문제와 농산물 금수 조치 등으로 나빠졌다가 작년부터 해빙 무드를 맞고 있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판결 직후 "실망과 절망, 좌절감, 분노를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중국 외교부는 사법주권을 존중하라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이달 중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호주를 방문해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와 맞물려 샤오 대사가 '분위기 관리' 메시지를 낸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왕 주임의 호주 방문 여부에 관한 질문에 별도로 답하지 않은 채 "중국은 양국 관계의 발전을 중시하고, 호주와 층위별·영역별 교류를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협력을 추진하며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