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미발표 시 166편 공개.."죽을 때까지 시를 놓지 않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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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박동규 서울대 교수 소장 노트 공개
시대상 담은 시 등 새로운 작품 세계
시 창작 과정도 고스란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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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박목월이 등단한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작고하기 전까지 노트 약 80권에 친필로 쓴 시 총 318편 중 166편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우정권 위원장(단국대 교수)은 "기존에 발표되지 않은 시 중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창작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 작품 위주로 선별했다"고 밝혔다.박목월은 시인 조지훈·박두진 등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도 불린다. '나그네'와 '산도화' 등 목가적인 풍경과 특유의 서정성을 노래한 순수시로 잘 알려져 있다. 시인 정지용은 그를 두고 "북에는 소월이 있었거니, 남에는 박목월이가 날 만하다"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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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시엔 박목월의 새로운 작품 세계가 담겼다. 기존에 잘 알려진 박목월의 시는 주로 자연과 토속적인 풍경을 노래한 시나 동시 등으로 이뤄졌다. 이번 공개작 중엔 6·25 전쟁의 참혹함이나 해방의 기쁨 등 시대상을 기록한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우 위원장은 "전쟁 중 부모를 잃고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소년을 그린 '슈샨보오이'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라며 "박목월의 새로운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그밖에 '무제', '구두' 등의 시엔 1960년대 근대화된 도시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도시민의 풍경이 담겨 있다. 신앙과 고향, 삶에 대한 성찰 등을 담은 작품도 있다.
박 교수는 "아버지가 어떤 시는 발표를 원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 마음을 정확히 알 순 없다"면서도 "이번 공개를 통해 박목월 시인의 전 생애가 시와 얽히지 않은 순간이 한순간도 없었다는 걸,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시를 놓지 않은 분이라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