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섭외해주세요"…'과외비·밥 다 공짜' 일타강사 '화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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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학생들 가르치며 좋은 어른 되고 있다"

대구에서 수학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닭쌤' 한모 씨는 지난해 5월 공부방 학생을 모집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한 공지를 올렸다. 시간당 강습료나 수업 시간이 명시돼있는 여타의 공부방 모집 안내문과는 다르다.한 씨는 12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공부방 참여하기 위한 조건은 오직 '공부 열의'와 '편식 유무'"라며 "과외비와 식비는 모두 무료"라고 밝혔다.
한 씨는 "배움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 작은 공부방을 운영할 뿐이다"라며 "제 신상을 널리 알려지면 공부방 운영 취지를 해칠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방학이나 시험 기간에는 다양한 이벤트와 특식을 준비한다. 제자들과 1박 2일로 서울 나들이를 떠나거나, 공부방 부엌을 실제 마라탕 가게처럼 연출해 재료를 골라 담아 식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열곤 한다.
'아낌없이 주는' 방식의 공부방을 운영한 계기에 대해 한 씨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대학교 졸업 무렵, 아버지 사업의 실패와 오빠의 취준 시기가 겹쳐 기존에 하던 과외를 관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과외를 하면서 가족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정작 나의 취준 시기는 놓쳐 버렸다. 심신이 지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과외에 보람을 느껴 사는 동네에 자그마한 공부방을 차렸고 내 학창 시절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자 무료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 그는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퀴즈'에서 섭외해줬으면 하는 유튜버 1위', '요즘 내 최애(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대상) 유튜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올리는 영상들은 10만회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해당 채널의 영상은 주로 공부방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한 씨가 요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을 보면 앞서 한 씨가 왜 '편식 안 하는 학생'을 공부방 입성 조건으로 내걸었는지 납득이 된다. 10여명의 제자가 하교 후 그의 공부방으로 모여 매일 맛있는 식사를 푸짐하게 나눠 먹는다.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내는 그의 요리 솜씨와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은 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공부방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학생들 찐(진짜) 행복할 듯", "이분 진짜 능력자", "영상 시청만으로도 힐링 된다", "진정한 일타강사",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 존경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부방은 영상 수익을 통한 한 씨의 자비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영상의 인기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원해서 선택한 운영방식이기에 부지런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좋은 어른이 되고 있다"며 "국·영·수 지식 습득을 떠나 사랑을 주는 어른이 옆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단단하게 성장하더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되새겼다"고 전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이 머물고,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공부방을 기점으로 남녀노소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지자체가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역점 과제로 아이돌봄서비스, 공동육아나눔터 등 다양한 공동체 돌봄 사업을 운영하는 가운데 합계 출산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돌봄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일체의 지원 없이 작은 수학 공부방을 운영하며 지역 공동체를 가꾸는 한 씨가 '진정한 일타강사'로 주목받는 이유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