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의 정치 도전장…與 정우성 "평택도 판교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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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도전장 낸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평택은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연구개발(R&D)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공학적 지식과 정책 전문성을 융합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반도체 벨트 새 중심으로 만들 것"
22대 총선에서 서울 평택을에 출사표를 낸 정우성 후보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론과 실무 경험을 갖춘 '만능 해결사'로서 평택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 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학사·석사·박사)을 전공하고 포항공과대학교 전담교수 겸 카이스트 겸직 교수로 재직 중인 물리학자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에서 공동 총괄본부장을 맡아 여당의 정책 수립도 이끌어 왔다. 정 후보는 "메모리 반도체가 국가 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삼성이 있는 수원이 대표적 산업 도시가 됐다"며 "현재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제 2의 수원, 판교' 같은 도시로 평택을 개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후보와 1문 1답.
▶물리학자가 정치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이공계 출신 선후배들이 연구계를 떠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인재들이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과학이 '외딴 섬'도 아니다. 물리학 이론을 사회·금융데이터에 적용해 산업과 도시 성장 등을 그려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 제안을 해 왔다. 제언 중 받아들여진 정책도 많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비정규직 출신을 전수 조사,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공계 출신 전문 연구요원 제도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젊은 연구원들이 불만을 갖던 상피제(일정 범위 내 가까운 사람 간에는 평가를 할 수 없도록 하게 하는 제도)도 개선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연구원들이 사고를 입었을 때 보호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닫고 관련 법을 고치는 과정에도 목소리를 냈다.
원내에 입성한다면 더 직접적인 정책 개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치에 도전했다. 과학 기술과 현장 전문가는 많지만, 실제 더 발전적인 정치를 하려면 정치와 연구계의 다리 역할을 해 줄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출마를 결심한 계기다."
▶국민의힘 공약 개발본부에서 공동 총괄 본부장을 맡았는데, 어떤 역할 했나 "이번 국민의힘 공약에서는 특히 저출생과 과학 기술 부분에 힘을 실었다. 이 두 분야는 국가와 산업, 사회 모든 분야에 연결되는 분야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특히 더 공을 들여 만들었다.
기존에는 공약을 만들 때, 들어온 민원들을 모아 다듬어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학자의 시각으로 학계 의견도 구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도 검토를 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연구를 통해 현실적인 공약들을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영남 출신인데 왜 평택을 출마를 택했나"경남 창원 출신이지만, 경력이나 경험은 평택에서 펼칠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평택은 반도체 벨트로 묶이지만 특이한 도시다. 수원이나 화성은 이미 완성형 도시라면 평택은 시작 단계다. 평택을 지역은 특히 읍, 면이 대부분으로 아직도 발전이 더디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원 등이 함께 발전했지만, 이제 반도체도 AI 발전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평택이 반도체 산업의 전환점에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이 위치해 있고, 스타트업 등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판교 처럼 현장 중심의 연구 단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고향인 창원도 1960~70년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도시다. 포스코 등 기업이 들어오면서 인구가 10만에서 100만 통합 창원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평택을 경기권 위성 도시가 아닌 산업 중심의 독립형 도시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곳에 도전장을 냈다."
▶평택을 지역을 어떻게 바꾸고 싶나
"반도체 벨트 내에서도 차세대 혁신 R&D를 이끄는 '미래형 반도체 도시'로 키우고 싶다. 평택항이 있어 물류 환경이 좋고 천연가스,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도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당에서도 그동안 해 온 과학 기술 정책 및 기술 경영 경험을 살려 평택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 보라는 주문을 했다.
이 지역은 교육과 육아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교육 정책을 실증 연구하는 교육부 산하 교육정책 실증연구회 활동을 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 환경도 조성할 것이다. 포항공대도 인근 고등학교와 연계한 수업 등으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낸다. 평택엔 이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카이스트 평택 캠퍼스 등이 있기 때문에 인근의 산업 환경과 연계한 특성화 고등학교를 조성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생각이다.
▶보수 정당엔 쉬운 지역구가 아니다. 이곳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면
"평택은 반도체 벨트에서도 화성 다음으로 젊은 도시다. 진보세가 강한 지역도 많다. 그러나 평택은 반도체 산업의 전환기에 놓여 있는 만큼 몇년 뒤가 아닌 당장의 발전이 중요한 도시다. 공약을 당장 실현 가능한 건 정부 여당이다. 이번 슬로건도 "지금 합니다"로 내세웠는데, 현 시점에서 평택에 필요한 정책들을 펼치려면 추진력이 필요하다."▶원내에 입성한다면 입법하고 싶은 법안은
"과학 기술과 R&D와 관련해 필요한 법안들을 발의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R&D 예산을 줄 때 부처별 중복 연구로 인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 예산을 부처별이 아닌 프로젝트별로 배정하고, 그에 따라 유사한 중복 사업을 없도록 만들어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
개헌을 통해 R&D와 관련한 회계 시스템도 바꾸고 싶다. 우리나라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때문에 R&D 예산으로 받은 자금을 그해 모두 써야 한다. 이월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받아 놓는 경우도 있고, 받아 놓고 막판에 소진하는 등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일명 '밀당(밀어쓰고 당겨쓰는) 예산제'를 통해 R&D와 관련해서는 필요한 자금이 제 때 집행되고, 회계 부담을 갖지 않도록 독립적인 회계 시스템을 만드는 법안을 제도화하는 것도 과제로 삼고 있다."
▶학자들 대부분이 영입 인재로 비례 대표 출마를 하는데, 지역구에 도전하는 소감은 "비례 대표로 나오면 마음은 편했겠지만, 좀 더 길게 보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평택이라는 곳은 잠재력이 있는 만큼 지금의 변화가 필요한 곳이다. 그동안에 쌓아온 이론을 직접 현장에 적용하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 학자의 전문성과 양심을 걸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가는 정치인이 되겠다."
정소람/사진=김병언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