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악의 된장녀' 앙투아네트의 진실은? 웅장한 뮤지컬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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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프랑스 혁명이 변질하는 이야기 통해
'우리가 꿈꾸는 정의란 무엇인가' 질문
이야기 평면적이고 개연성 부족하지만
화려한 무대 연출과 음악 돋보여
5월2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악녀’, ‘국가를 파산시킨 된장녀’.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프랑스의 재정을 바닥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백성들이 먹을 빵이 없다는 말을 듣고 "케이크를 먹어라"고 말한 이야기는 그녀가 기억되고 있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절대 검소한 왕비는 아니었지만, 프랑스의 재정은 파탄 낸 주범은 그녀가 아닌 미국 독립전쟁이었다. ‘케이크를 먹어라’는 이야기도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쓴 ‘참회록’ 속 구절이 와전된 말이었다. 사실이 무엇이었든 간에 민중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증오했고, 그녀는 단두대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시각을 뒤집고자 한다. 프랑스 혁명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는 거짓 누명을 씌우면서 시작된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시작한 혁명은 또 다른 권력을 낳아 폭력적인 공포 정치로 변질한다. 그 과정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온갖 누명을 쓰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모순을 그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혁명의 이면을 파헤쳐 던지는 ‘정의가 무엇인가’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그에 반해 인물 묘사는 아쉽다.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인물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그린다. 루이 16세를 소박하고 착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묘사하기 위해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존댓말 대사를 사용한다. 시대극에 어울리지 않고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보여 부자연스럽다.
혁명을 이끈 주인공 아르노가 마리 앙투아네트와 배다른 자매라는 설정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왕비가 부르는 자장가를 듣고 같은 아버지를 두었다고 알게 되는 과정이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처형 장면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새하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어두운 무대를 홀로 빛낸다. 국민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사치스러운 인물이 고통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고결하고 순수한 인물로 그려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인물들이 그려진 방식은 다소 아쉽지만, 관객을 사로잡는 시각적 요소가 가득하다. 화려하고 섬세한 무대 디자인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무도회장, 호수와 정원, 빈민들이 사는 길거리, 단두대가 세워진 처형장까지 다양한 배경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다채롭다.
특히 합창으로 노래하는 장면에서 대형 뮤지컬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더는 참지 않아’, ‘정의는 무엇인가’ 등 코러스와 캐스트가 전부 동원돼 노래하는 넘버에서 프랑스 혁명이라는 소재에 걸맞은 힘과 웅장함이 느껴진다.
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 인물을 한 명씩 까다롭게 뜯어보면 아쉬운 대목이 보이지만 ‘재미’라는 요소는 놓치지 않았다. 3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지 않다. 공연은 5월2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