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손가락만 빨라는 얘기냐"…카카오 개미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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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전 직원에 스톡옵션 부여키로"진짜 주인인 주주들은 배곯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냐…" (포털 종목토론방)
1인당 200주…28일 주총 안건 상정
"내홍·외부 악재 많았던 카카오, 오히려 긍정적"
카카오가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해 전 직원에 주식을 나눠주기로 했다. 하지만 자기 몫을 줄어야 하는 주주들은 뿔이 났다. 한때 17만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5만원선에서 고전 중인 가운데 회사가 주주들만 찬밥 취급한다는 불만이다.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7분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700원(1.25%) 밀린 5만5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전일까지 닷새 연속으로 오르던 주가는 이날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카카오 주가는 경영진 배임 등 각종 사법리스크와 내홍 등으로 지난해 10월 말 3만7000원선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주가는 조금씩 상승했다. 강도 높은 자회사 인건비·마케팅비 통제로 이익 성장 여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보유 현금이 많은 만큼 강화된 주주친화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물론 2021년 6월 장중 기록했던 최고가(17만3000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르지만, 주가는 이달 들어서 전일까지 3% 넘게 올랐다. 나름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 와중에 전해진 스톡옵션 소식에 주주들의 반응을 엇갈리고 있다.앞서 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본사 전 직원(3652명)에게 인당 200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한 내용을 오는 28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스톡옵션이란 회사 주식을 일정한 기간 안에 미리 정한 가액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은 바로 이를 행사해 회사 주식을 저가에 취득할 수는 없게 돼있다. 임직원 동기 부여를 통한 기업가치 성장이 목적인 만큼 주총 결의일로부터 2년 이상 회사를 다녀야만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상법에 규정돼 있다.카카오는 주총 결의를 거쳐 보통주 총 73만400주를 신주발행 교부와 자기주식 교부 방식으로 부여할 방침이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은 2026년 3월 28일부터 5년간이다. 2년 근속한 뒤 50%, 3년 근속 후 나머지를 분할 행사할 수 있다. 행사가격은 부여 시점에 확정된다.카카오는 앞선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1인당 최대 2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1년 넘게 재직한 직원은 200주를, 그 미만인 직원은 100주씩 지급했는데 올해는 재직기간에 따른 차별을 없앴다. 행사 가격은 11만4040원으로, 총 539억원 규모였다.
카카오는 스톡옵션 부여가 직원들의 보상 경쟁력 강화, 카카오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 사회적 기여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고점 대비 급락한 주가가 아직 회복 국면에 안착하지도 않았는데 회사는 주주는 안중에도 없고 직원들만 달래냐는 불만이다. 일반적으로 스톡옵션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상 '미래의 주주'를 만드는 격이기에 부여 수량과 대상자가 과도할 경우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주주들은 종목 토론게시판 등을 통해 "주가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누구 마음대로 신주 발행을 하냐…감원해도 분이 안 풀릴 판", "이런 소식도 주가가 좋을 때나 반길만하지…주주친화정책 편다더니 직원친화정책이었네", "주가를 올려야지 직원들 스톡옵션을 준다고? 답답하고 실망스럽다", "주가 폭락으로 개미들 피토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손가락만 빨라는 얘기냐" 등 원성 섞인 글들을 남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스톡옵션은 이를 받은 사람이 주식가치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제도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부는 "인당 200주로 적은 데다 2년 뒤부터 매도 행사할 수 있어서 주가에는 악재라기보다는 현금보유량 늘리는 호재에 가깝다", "직원들 사기가 높아질테니 주주로서 무조건 반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등 의견을 적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카카오 내홍과 외부 악재들이 겹쳐 내부 직원들에 대한 비용 통제가 많았고 실제 퇴사도 많이 발생했다"며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근'을 주는 차원에서 스톡옵션 부여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또 결국 산정된 행사가격을 향해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에 주주들로서도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