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의협 회장 "의사 처벌도 못하면서 뭐 믿고 2000명 질렀나"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는 전공의도, 의대 교수도 처벌할 수 없으면서, 대체 왜 협박해 온 것일까요? 대체 뭘 믿고 2000명을 지른 것일까요? 인제야 '아차...' 하는 듯싶습니다."

정부가 13일 집단 사직서 제출 논의에 들어간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에 대해 "현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가운데,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가 전공의 악마화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에 대한 악마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자 지키려 환자 떠나는 의대 교수, 국민은 납득 못할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정부가 몸부림치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그는 "국민은 의대 교수들을 비난하겠지만, 2000명을 고집하며 물러서지 않는 정부도 함께 비난할 것"이라며 "용산을 편드는 매체는 끝까지 편향된 기사만 쓰고 있는데 그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출구전략을 짜기 위해 결국에는 '국민을 위해'라는 명분으로 물러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사들을 더욱 악마화할 것이다. 그런데 '악마'로 불리게 된 의사들이 고분고분 돌아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점에서 재논의를 시작할 테니 돌아오라고 해도, 상처를 입은 의사 중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특히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며 시작한 용산의 정책이 그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됐다"고 강조했다.앞서 정부는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도록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부탁한다"며 "정부는 비상 진료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교수들의 의견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전 회장은 전날에도 "정부는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네, 예전과 같은 선처는 없네, 구제도 없네, 언제까지 돌아오면 처벌 안 할 거네라고 했지만, 그사이 처벌하겠다고 말만 하면서 한 달이 훌쩍 지났다"면서 "11까지 처벌받은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있나"라고 SNS에 지적한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