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강제노동 강요" ILO 개입 요청…실효성 있을까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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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가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복귀를 압박한 게 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정부와의 갈등이 격해지면서 국제기구에 개입을 요청한 모습이 "2022년 당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면허정지 등으로 전공의 복귀를 겁박하는 건 ILO가 금지하는 강제노동"이라며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업무를 이어가도록 강제하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 금지에 위반된다는 의미다.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법 제59조 제2항과 처벌 조항인 의료법 제59조 제3항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은 ILO 제29호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기준을 위배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ILO 29호 강제노동 협약은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일을 강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형태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신체적 폭력, 심리적 위협 등 직간접적인 강제 수단도 금지된다. 1930년 채택된 ILO의 8대 핵심 협약 중 하나로, 국회는 지난 2021년 2월 국회는 해당 협약을 비준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라 치열한 법리 공방도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는 강제노동 금지 협약의 '예외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ILO는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에 벌어진 노동에 대해서는 강제노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ILO는 △병역의무에 따라 강제되는 군사적 성격의 노동 △(수형자 등)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되는 노동 △전쟁이나 그 밖의 재난 상황 등 주민 전체나 일부의 존립이나 안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강제노동 등 5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주민 전체나 일부의 존립이나 안녕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뤄진 것이라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대리해 ILO에 서한을 발송한 전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강제노동의 예외라고 보는 것은 안이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전 변호사는 “의료대란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시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라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필수유지업무 해당 여부도 ILO 개입 판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가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는 예외로 두는 것은 세계적인 표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LO도 파업 시 유지할 최소서비스의 설정 기준 중 하나로 '그 중단에 의해 공중의 생명·안전·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전공의 진료 거부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아니라 '필수 유지업무'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강제노동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안은 2022년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국제운수노련 등은 2022년 11월 정부의 화물 운송거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앞두고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당시 민주노총은 해당 서한에서 'ILO 협약 29호(강제노동)·87호(결사의 자유) 등과 관련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자유 원칙에 따라 보호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중단하고 화물 노동자가 기본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ILO의 개입을 요청한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다음달 ILO로부터 '정부 당국에 개입(intervention)'한다는 취지의 공식 서한을 받아냈다.
전별 변호사는 "전공의협의회는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ILO 87호 ‘결사의 자유’에 대해서는 개입요청을 하지 않고 29호 강제노동만 문제 삼았다"라고 밝혔다.
화물연대와 전공의 모두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조금이라도 압력을 덜어내고 명분을 쌓기 위해 ILO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물연대 때를 돌이켜보면 개입 요청이 ILO에서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22년 당시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에서 있었던 ILO의 ‘개입’에 대해 정부는 "ILO의 '개입(intervention)'은 ILO의 공식적인 감독 절차가 아니며, 실제 뜻은 '의견조회'에 가깝다"며 "특정 사안에 대해 ILO 사무총장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ILO 사무총장이 당해 사안에 대해 판단할 권한은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완강하게 나올 경우 국제기구가 직접 한국 정부를 압박할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면허정지 등으로 전공의 복귀를 겁박하는 건 ILO가 금지하는 강제노동"이라며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업무를 이어가도록 강제하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 금지에 위반된다는 의미다.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법 제59조 제2항과 처벌 조항인 의료법 제59조 제3항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은 ILO 제29호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기준을 위배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ILO 29호 강제노동 협약은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일을 강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형태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신체적 폭력, 심리적 위협 등 직간접적인 강제 수단도 금지된다. 1930년 채택된 ILO의 8대 핵심 협약 중 하나로, 국회는 지난 2021년 2월 국회는 해당 협약을 비준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라 치열한 법리 공방도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는 강제노동 금지 협약의 '예외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ILO는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에 벌어진 노동에 대해서는 강제노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ILO는 △병역의무에 따라 강제되는 군사적 성격의 노동 △(수형자 등)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되는 노동 △전쟁이나 그 밖의 재난 상황 등 주민 전체나 일부의 존립이나 안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강제노동 등 5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주민 전체나 일부의 존립이나 안녕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뤄진 것이라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대리해 ILO에 서한을 발송한 전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강제노동의 예외라고 보는 것은 안이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전 변호사는 “의료대란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시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라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필수유지업무 해당 여부도 ILO 개입 판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가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는 예외로 두는 것은 세계적인 표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LO도 파업 시 유지할 최소서비스의 설정 기준 중 하나로 '그 중단에 의해 공중의 생명·안전·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전공의 진료 거부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아니라 '필수 유지업무'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강제노동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안은 2022년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국제운수노련 등은 2022년 11월 정부의 화물 운송거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앞두고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당시 민주노총은 해당 서한에서 'ILO 협약 29호(강제노동)·87호(결사의 자유) 등과 관련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자유 원칙에 따라 보호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중단하고 화물 노동자가 기본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ILO의 개입을 요청한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다음달 ILO로부터 '정부 당국에 개입(intervention)'한다는 취지의 공식 서한을 받아냈다.
전별 변호사는 "전공의협의회는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ILO 87호 ‘결사의 자유’에 대해서는 개입요청을 하지 않고 29호 강제노동만 문제 삼았다"라고 밝혔다.
화물연대와 전공의 모두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조금이라도 압력을 덜어내고 명분을 쌓기 위해 ILO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물연대 때를 돌이켜보면 개입 요청이 ILO에서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22년 당시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에서 있었던 ILO의 ‘개입’에 대해 정부는 "ILO의 '개입(intervention)'은 ILO의 공식적인 감독 절차가 아니며, 실제 뜻은 '의견조회'에 가깝다"며 "특정 사안에 대해 ILO 사무총장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ILO 사무총장이 당해 사안에 대해 판단할 권한은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완강하게 나올 경우 국제기구가 직접 한국 정부를 압박할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