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송의마'는 무엇일까…향약구급방으로 살펴본 식물

신현철 교수가 쓴 책 '향약구급방에 나오는 고려시대 식물들'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은 고려 고종(재위 1213∼1259) 대에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의서다. 향약 즉, 향토에서 나는 약재를 토대로 한 질병 치료 방법과 처방을 담았다.

백성들이 일상에서 쉽게 알아보거나 구할 수 있는 약재를 정리한 이 자료는 당대 의학 지식뿐 아니라 식물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출간된 '향약구급방에 나오는 고려시대 식물들'(소명출판)은 식물학자의 눈으로 과거 우리 땅에서 쓰인 식물 약재를 검토한 책이다. 30년 가까이 대학 강단에서 식물분류학을 연구해 온 신현철 순천향대 명예교수는 '향약구급방' 책 말미에 있는 '초부'(草部)에서 소개하는 식물 약재의 실체를 살펴본다.

그는 '초부'에 기록된 식물 약재 146개 항목이 어떻게 표기돼 있는지 확인한 뒤, 이후 간행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설명과 비교한다.
예를 들어 창포의 경우, '민간 이름이 송의마(松衣亇)이며, 음력 5월 5일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린 다음 사용하는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저자는 '송의마'라는 이름이 조선시대 문헌에는 없는 점으로 볼 때 조선 초기 이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며 일제강점기에 '석창포'로 불리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향약구급방'에 나오는 약재 107개 항목에 부여된 민간 이름 중 상당수가 오늘날 식물명의 근원 또는 식물명 그 자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오늘날 식물명과 비교해 잘못 적용된 사례와 관련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짚는다. 저자는 '향약구급방'에서 우리 옛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옛 식물명 하나하나를 찾아보는 과정은 먼 옛날로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다며 "조상들이 사용했던 식물명을 검토하는 데 있어 이 책이 기초 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51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