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료대란, 무섭다! 아프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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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필수의료의 축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아플까 봐 무섭다. 의료 현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른바 ‘빅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에선 근무 의사의 40%가량이 전공의들이다. 이들이 ‘사직’을 가장한 형식으로 ‘파업’을 벌이는 통에 진료와 수술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들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응급환자와 수술을 앞둔 대기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해 병원을 찾아 구명의 119를 호소한다.
지혜와 절제로 '해법' 찾아야
이근면 前 인사혁신처장
그럼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는 최저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원 증가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하나에 불과하다. 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인상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가 이번 정책의 또 다른 축들이다.지금의 필수의료 붕괴는 2006년 확정된 3058명의 의대 정원이 18년째 동결된 데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더욱이 의대 정원 확대 요청에 각 대학이 3401명을 최종 신청한 사실은 어찌 해석해야 하나. 지난 20년 동안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피부, 미용, 성형 시장도 팽창했고 이에 종사하는 일반의의 처우와 급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힘든 수련 과정을 4~5년이나 더 거치고도 정부가 정한 저수가와 환자에 의한 잠재적인 소송 위험에 노출된 필수의료과 전문의 입장에선 피부, 미용, 성형의 대열은 매우 유혹적 요인이다. 의료계의 이런 왜곡된 보상체계는 바로잡아야 한다. 적정하게 배출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에 대한 적절한 보상점을 찾는 것은 시급한 국가적 숙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일각에서 주장하는 의료진의 전국적 수준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결국 정말 중요한 건 신뢰 문제다. 빅5 병원은 예약도 어렵고 교수를 만나기 힘드니 단순 의사 수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모든 국민이 빅5 병원만 신뢰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빅5 진료 쏠림 현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피부, 성형 등 개인 병원만 늘어날 뿐….
병원에 좋은 장비와 신식 인테리어를 잘해 놓는다고 환자가 늘어날까. 지방이든 서울이든 어떤 병원을 방문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의료 수준을 개선하는 것이 결국 가야 할 길이다. 부산과 서울의 진료 수준이 10년 차이 난다는 말도 있다. 말이 되는가. 하긴, 사회 지도층 인사의 행각이 시정에 회자되기도 했다. 시장 중시와 강력한 정부 의지가 균형 발전의 첩경이다. ‘광역 빅5’ 병원을 만들어 서울이든 지방이든 진료 수준을 동일하게 해야 해결될 문제다.국민은 의사들이 소명을 버리고 대정부 투쟁에 올인하는 행태를 질타하고 있지만 동시에 열악한 환경에서 분투하는 의사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다. 과연 의사들의 투쟁 상대는 정부인가.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뜻을 대행해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국민을 상대로 싸운다는 인상은 지워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의사들도 의대 정원 확대는 무너진 필수의료 체계를 재건하는 데 꼭 필요한 축임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사생결단식으로 집단행동을 이어가면 기득권 지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폄훼된다. 그사이에 구할 수 있음에도 죽어가는 중증 환자의 죽음에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누군가는 살릴 수 있을 이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상화를 위한 대책은 가장 냉정하고 실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뜨거운 열정도 잊어선 안 된다. 지혜와 절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