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따따블'은 옛말…먹을 것 없는 공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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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4
비싼 공모가에 수익률 뚝▶마켓인사이트 3월 14일 오후 3시 40분
에이피알 3억 넣어야 1주 받아
시장 과열에 희망가 상단 넘어
대부분 하루 만에 하락 반전
이달 들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네 배)에 성공한 종목이 잇달아 등장했던 연초와 달리 새내기주가 증시에서 힘을 못 쓰고 있어서다. 공모가가 비싸지고 치열한 청약 경쟁률로 인해 배정주식수가 줄어든 것도 수익률 하락 배경이다. 먹거리가 사라진 공모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하루 만에 하락세 전환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상장한 오상헬스케어 주가는 10.7% 하락한 2만6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첫날인 지난 13일 46.8% 상승한 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모가(2만원) 대비 수익률은 상장 첫날 66.25%에서 둘째날 31.0%로 줄었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스팩도 마찬가지다. 이달 5일 나란히 상장한 비엔케이스팩2호와 하나스팩31호도 전일 대비 0.49%, 0.24%씩 하락하며 공모가에 근접했다.공모주 수익률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올 1월 상장한 IPO 기업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평균 181.7%였지만 2월 87.3%로 떨어졌다. 코셈(59.7%), 이에이트(13.0%), 에이피알(27.0%) 등이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상장 첫날 올랐던 주가도 이후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신규 상장한 12곳 가운데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곳은 우진엔텍과 코셈 단 두 곳뿐이다. HB인베스트먼트, 포스뱅크, 스튜디오삼익 등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IPO 기업이 공모가를 올리면서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제시한 희망가격 대비 실제 공모가 간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1월 수요예측을 시행한 기업의 평균 공모가 상향폭은 평균 15.5%에서 2월 25.8%로 높아졌다. 이달 상장하는 오상헬스케어와 엔젤로보틱스는 공모가를 상단보다 33.3% 높였다. 새내기종목의 첫날 주가 상승폭이 400%로 커지자 ‘단타’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몰려들어 경쟁률이 높아진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더라도 공모가 상향폭을 희망가격의 20% 선에서 결정해왔지만 최근엔 이런 공식도 무너졌다”며 “비싸게 책정된 공모가에 주식을 받을 유인이 사라졌다”고 했다.
○수억원 넣어 1주도 못 받을 바에
전문가들은 낮은 배정 확률과 청약 수수료, 증거금 환불기간 등을 고려하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엔 청약자가 몰리면서 수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어도 1주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에이피알은 약 79만 명의 청약자가 몰린 탓에 3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넣어야 비례배정으로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균등배정 확률은 6%로 ‘빈손 청약자’가 속출했다. 3억원으로 1주를 받아 상장 첫날 종가에 팔았을 때 약 7만원을 벌 수 있었던 셈이다.에이피알 외에도 올해 청약을 진행한 IPO 기업 13곳 중 11곳이 추첨으로 균등배정주식 1주를 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단타를 노리고 상장일 공모주를 추종 매수하던 세력들도 새내기종목에서 빠져나가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