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대항전' 격화…佛·伊도 돈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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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400억弗 투자세계 주요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쩐의 전쟁’을 시작했다.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1년여 전 생성형 AI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막이 오른 AI 경쟁이 국가 단위로 확전하는 양상에 대해 “AI 국가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佛, 5년간 50억유로 투자 검토
伊정부 주도 30억유로 펀드 조성
앞서가는 美·中도 예산 확 늘려
EU는 세계 첫 AI 규제법 제정
○뒷심 발휘하는 佛·伊
프랑스의 범부처 AI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향후 생성 AI 기술 발달로 연간 경제 성장률이 두 배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5년간 매년 50억유로(약 7조원)를 투자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생성 AI가 프랑스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전망이 담긴 130쪽 분량의 위원회 보고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됐다.위원회는 “프랑스가 AI 경제를 놓치면 우리의 경제적 가치를 다른 나라에 점점 더 빼앗길 뿐 아니라 다른 활동 분야도 약화할 수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기차가 지나가는 걸 그저 지켜봐야만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프랑스의 민간·공공 부문에서 생성 AI 투자 규모가 미국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단기적으로 100억유로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미스트랄AI 같은 촉망받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아울러 “AI는 성장과 일자리의 잠재적 원천”이라며 “생산성 향상과 아이디어 창출 능력 향상을 통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업무 자동화를 통해 프랑스의 연간 경제 성장률이 두 배로 증가할 수 있고, 2034년엔 최대 4200억유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전날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AI 프로젝트를 촉진하기 위해 30억유로 규모 민관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AI 투자 펀드는 국책은행 CDP가 초기 자금으로 10억유로를 출자해 조성한다. 아고스티노 스코르나젠치 CDP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민간 부문에서 추가로 20억유로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앞서간 美·中도 박차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작년 말 글로벌 인재를 대거 영입해 AI 기업 AI71을 설립하고,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팰컨’ 시리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영국 독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6개국이 AI 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이 총 400억달러에 달한다”며 “이들은 LLM 개발은 물론 생성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AI 반도체도 독자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AI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미국과 중국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1일 의회에 제출한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연방 예산안에서 AI 분야에 200억달러(약 26조원)를 웃도는 예산을 배정했다. 2년 전 예산안보다 12억달러 늘렸다. 이를 통해 주요 연방기관에 AI 연구개발 및 관련 인재 채용을 지원하고 정부 서비스에 신규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연방 기관에 신설될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직에도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중국은 올해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10% 늘려 68조6000억위안(약 1경3000조원)으로 책정하고, AI산업 육성책인 ‘AI+ 행동’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해 AI 분야(AI 반도체 포함)에 각각 400억~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추가로 편성되는 예산을 더하면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규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13일 유럽연합(EU) 의회는 세계 첫 AI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AI 활용 분야를 총 네 단계의 위험 등급으로 나눠 차등 규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이번 법안은 2026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AI 개발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생성 AI 창작물의 진위와 출처를 확실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김리안/신정은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