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합의 지킬 필요 없다"…걸림돌 만난 대구경북신공항 건립

신공항건설추진단장 '합의 무의미' 입장에 의성군 이전위 18일 성명 발표
지난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중재안 합의로 일단락 됐던 대구경북신공항 갈등 사태가 국토교통부의 부정적인 입장 고수에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경북도와 의성군 등에 따르면 신광호 국토교통부 TK신공항건설추진단장은 지난달 20일 세종시 정부청사에 열린 의성군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역 합의 사항은 지킬 필요가 없다"며 "옛날에 작성한 의미 없는 합의서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합의에도 의성에 화물터미널을 준다는 이야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항이 입지하는 두 지역에 여객 화물터미널(군위), 화물기용 화물터미널(의성)을 복수로 설치하겠다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신 단장은 앞서 지난 1월 25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화물터미널 2개를 운영해서 잘되는 것보다 대구시 인구가 300만명으로 증가하는 게 빠르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국토부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 단장은 14일 오후 의성군에서 열린 화물터미널 건의안 관련 협의 자리에서 김수주 의성군수가 "합의문을 잘 이행해 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의성에 도움이 되는 게 뭔지 깊이 고민해서 추진하겠다"고만 답했다. 김 군수가 거론한 (공동)합의문은 2020년 8월 25일 권영진 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상수 전 대구시의장, 고우현 전 경북도의장이 의성군에 약속한 것이다.

합의문은 '항공 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 및 산업·물류 종사자 주거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 군수와의 면담 직후 국토부 TK신공항건설추진단은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박정대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 위원장 등은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국토부에 "화물터미널이 의성 지역에 오지 않으면 의성에 공항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부 측은 "전문가 검토 기구에서 확인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국토부가 화물터미널 건립에 제동을 거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위원회는 오는 18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전지원위원회는 총선 직전까지 화물터미널 설치에 대한 국토부 측의 서면 답변을 요구하며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항의 집회도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은 공항 터 선정을 두고 지역 간 갈등으로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8월에는 국토부가 민간공항 사전타당성 검토를 발표하며 군위와 의성 지역간 갈등으로 불거졌다.

대구경북신공항 화물터미널의 위치를 (대구시) 군위로 밝히자 의성군은 '공동합의문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기능을 분리한 복수 화물터미널 중재안을 제시하며 대구시와 경북도는 군위군에는 여객(밸리카고용) 화물터미널, 의성군에는 화물기용 화물터미널을 설치하기로 하며 지역내 갈등은 봉합 수순으로 들어간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