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통제 좀"…비밀리에 이란 접촉한 미국, 'SOS'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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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보도…美-이란, 10달 만에 비밀 회담
"홍해 후티 상선 공격 저지시키려는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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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인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아브람 팔레이 이란 담당 특사가 지난 1월 오만에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과 만났다. 바게리 카니 차관은 이란 측 핵협상 대표이기도 하다.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대면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직접적으로 소통하진 않았다. 오만 정부 관계자들이 중간에서 양측을 오가며 각자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활용, 홍해 지역 긴장을 완화하려는 목적에서 열렸다는 설명이다. 애초 이들은 지난 2월 2차 회담을 계획했었지만, 맥거크 보좌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 관련 업무에 매이게 되면서 연기됐다. 미국과 카타르 등에 의해 중재되고 있는 휴전 협상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이전 타결이 무산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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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란이 이들 반군 세력에 무기와 군사 기밀 등을 넘기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지지”할 뿐이며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란은 일종의 ‘정신적’ 영향력만 갖고 있다고 반복해서 밝혀 왔다”며 “후티는 우리의 지시가 아닌 독립적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과 대화하거나 협상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후티는 애초 이란과 이념적으로 덜 밀착돼 있었지만, ‘저항의 축’(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에 편입된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 때문에 후티를 저지하기 위해선 이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