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격…이젠 '못난이 과일' 찾는다

유통가 못난이·수입 과일 행사 줄이어
사과 값 1년 전보다 두 배로
서울은 10kg 도매가 10만원선
사진=연합뉴스
사과를 좋아하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과일을 구입할 때 흠과 위주로 사고 있다. 박 씨는 "홈쇼핑과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보조개 사과', '못난이 사과'를 검색해서 산다. 예전에는 (착즙기로) 주스도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은 사과값이 올라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사과 등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흠이 있거나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이른바 '못난이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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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은 농산물 모양새가 다소 기준에 못 미쳐도 맛과 영양에 큰 차이가 없는 못난이 과일 중심으로 다양한 할인 행사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1일까지 본점과 강남점 등 10개 매장에서 '언프리티 프레시' 행사를 연다. 행사 기간 신세계 지정 산지에서 생산된 설향딸기와 대저토마토, 천혜향, 파프리카 등 11종의 과일·채소를 최대 58% 할인 판매한다.

언프리티 프레시는 색, 모양, 크기 등의 외형은 떨어지지만 맛과 영양, 신선도는 손색없는 과일과 채소를 선보이는 행사로 2022년부터 시작했다. 신세계는 연간 1회 진행하던 행사를 올해부터 상, 하반기로 나눠 두 번 열기로 했다.홈쇼핑 업계에서는 공영홈쇼핑이 이날부터 한 주간 자체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공영라방'과 앱을 통해 농수산물 100여 종을 판매하는 '못생겼지만 예쁜 가격, 못쁜이 특집전'을 진행한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도 사과, 오렌지, 참외를 대량 매입해 오는 17일까지 ‘시즌과일찬스’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를 위해 쿠팡은 딸기 120t, 오렌지 180t, 참외 150t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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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은 할당 관세를 적용받은 수입과일 특집전을 열었다.이마트는 오는 15~21일 망고·오렌지 골라 담기 행사를 연다. 행사 묶음 판매 가격을 개당으로 환산하면 망고 대사이즈는 2000원, 오렌지 특사이즈는 1000원 수준으로 행사 전보다 2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특히 망고는 1년 전 가격(개당 5490원)과 비교하면 60% 이상 낮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당관세 도입에 더해 자체 할인, 대량 매입, 유통 구조 개선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과일을) 기획했다. 일반적 팩 포장 판매가 아닌 벌크(무포장 진열) 판매를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일주일간 평시 판매량보다 4배 이상의 대량 물량 기획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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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산 과일 값은 먹거리 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냉해와 장마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든 사과는 1년새 두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올해 중도매인 상회에서 거래되는 사과 도매가격은 처음으로 10kg당 9만원선을 뚫었다. 가격이 오르면서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 품종 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500원으로 1년 전(4만964원)보다 132.2% 뛰었다. 한 달 전(8만4964원)보다도 12% 올랐고, 서울에서는 10kg당 도매가격이 최고 10만원선이다.사과는 지난해 수확을 두 달여 앞둔 7~8월 비가 자주 와 생육이 부진했다. 병충해 피해가 늘고 일조량이 부족해 품질이 좋지 않아 상품과 특품 가격은 한층 비싸졌다.

사과뿐 아니라 국산 과일 전반이 사정이 비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2% 올라 1991년 9월(43.9%) 후 32년여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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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