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솜방망이 처벌'에도 검찰은 상고할 수 없었다, 법이 그러니까 [서평]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을까"

범죄사회

정재민 지음
창비
300쪽|1만8000원
Getty Images Banks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을까. 죄를 지어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에게 굳이 가석방 기회를 줘야 할까. 전자발찌는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범죄사회>를 읽어볼 만하다. 책을 쓴 정재민은 판사 출신 변호사다. 제법 특이한 길을 걸었다. 판사로 일하다 부장판사 승진을 앞두고 덜컥 그만뒀다. 그리곤 방위사업청으로 이직해 원가검증팀 등에서 일했다. 한 번 사는 인생, 한 가지 일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법무부 법무심의관, 송무심의관 등을 거쳤다. 그는 제10회 세계문학상, 제1회 매일신문 포항국제동해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소설가인 데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사람답게 글을 잘 쓴다. 책이 술술 잘 읽힌다는 뜻이다.
판사가 유죄 판결을 내리려면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히 범죄 사실이 드러난 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증거가 부족하면 원칙적으로 공소사실 전체나 일부를 무죄로 인정해야 하지만, 그러면 또 범죄자를 그냥 보내주는 것 같아 찜찜하다. 그럴 때 판사는 유죄판결을 하면서 형량을 통상 수준보다 낮추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곤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판사 출신인 까닭에 동료 판사들을 감싸는 걸까. 다소 변명처럼 들린다. 범죄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사건에서도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양형기준표에 따른 제약, 언론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범죄자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연민, 피해자와의 합의, 앞선 판례에서 벗어나기 힘든 관성의 힘 등이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형량이 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10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는 상고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을 해석하면서, 반대로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는 상고를 할 수 없게 했다. 조두순 사건에서 징역 12년형이 나온 판결에 검찰이 상고 못한 이유다.

“이 대법원 판례가 나온 50년 전에는 징역 10년이 아주 중한 형량이었을지 모르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10년 이상의 형량이 많아진 지금에도 이런 판례가 그대로 유지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자는 피해자가 법정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양형이 피해자의 입장과 괴리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판사가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