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간첩혐의' 韓선교사 아내, 재판 대비 변호사 선임 나서

韓대사관에 도움 요청…'백 부장'으로 불리며 北노동자 인도적 지원 활동
지인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는데…러 당국, 北노동자 지원 인물들 탐문다닌다 들어"
간첩 혐의로 러시아 수사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 백모 씨의 아내가 향후 현지에서 진행될 재판에 대비해 변호사 선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씨의 아내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변호사 선임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국대사관은 변호사 명단 제공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백씨의 아내는 남편 사건의 진행 상황과 대처 방법을 묻기 위해 대사관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라며 "재외공관은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 국민을 돕기 위해 각종 사안에 대처할 수 있는 변호사 명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백씨의 아내가 러시아에 직접 들어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여건이 되지 않으면 공관이 이를 대신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대사관은 현지 매체가 백씨 체포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한 지난 11일 당일 인권침해 여부와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영사 면회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러시아 외무부는 백씨 사건과 관련해 한국 측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영사 접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가까이 러시아 극동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등지를 오가며 북한 노동자 등을 상대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한 백씨는 평소 주변인들 사이에서 '백 부장'으로 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육로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입국한 뒤 FSB에 체포됐다.

당시 백씨와 동행했던 그의 아내도 함께 체포됐지만, 무혐의 판정을 받아 당일 풀려났다. 백씨의 아내는 석방 후 며칠 지나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에 총영사관 측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러시아 외무부 대표부에 백씨 소재 파악 등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고, 한 달쯤 뒤인 지난달 FSB는 한국대사관에 문서를 통해 체포돼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백씨는 추가 조사를 위해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돼 있으며, 러시아 당국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북한과 밀착하는 러시아가 북한 정권이 우려하는 해외 노동자 이탈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북한 노동자 등에 대한 남측 지원 활동에 대해 과거보다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거주하는 백씨의 지인은 "백 선교사가 평소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에 그의 체포 소식에 많이 놀랐다"라며 "최근 들어 러시아 당국이 선교사뿐만 아니라 연해주에서 북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특정 인물들을 탐문하고 가택수색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